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Nov 12. 2023

“내가 계란을 잘못 사왔다는 거야?”

내가 만든 음식에 훈수를 두는 상대에게

한 친구가 남자친구와 싸워서 속상해했습니다. 근사한 저녁을 차려 함께 식사하려고 했는데, 아주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했다고 해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계란 후라이를 만들고 있는데 예상치 못하게 노른자가 터져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반숙으로 동그랗게 계란 후라이를 해서, 열심히 만든 요리 위에 딱 놓으면 완성이었는데! 노른자가 터져버려서 살짝 당황하고 있던 찰나, 하필 그때 남자친구가 옆에서 “앗, 노른자가 터져버렸네” 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 뒤의 대화입니다.


━━━━━━━━━━━━━━━━━━━━

상대: 앗, 노른자가 터져버렸네.

나: 그러게, 계란이 상한 계란이었나 봐.

상대: 그 계란 내가 사 온 건데 내가 잘못 사왔다는 거야?

나: 그런 게 아니라 노른자가 터졌으니까 오래된 것일 수도 있다는 거지.

상대: 네가 잘못 요리한 걸 수도 있잖아.

나: 그렇게 불평할 거면 네가 요리하지 그랬어.

━━━━━━━━━━━━━━━━━━━━




어쩌면 나는 저녁 준비를 완벽하게 해서 상대가 감동할 정도로 잘 준비하길 바랐을 수도 있어요. 상대가 그런 나의 수고로움을 알아주고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를 바랄 수도 있고, 내가 정성 들여 차린 저녁으로 상대에게 내가 그를 그만큼 생각한다고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 맘도 모르고 터져버린 계란 노른자가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하필 그때 상대가 그걸 콕 집어 말해버리니 빼박으로 맘이 상했을 수도 있겠죠. 나의 요리 실력에 자부심이 커서 계란 후라이 정도는 이제껏 완벽하게 잘 만들어 왔었는데, 이 계란이 오래돼서 터졌을 거라고 예측할 수도 있죠.


그런데 상대는 옆에서 이제까지 만들어 놓은 다른 음식에 대한 언급 한 번 없이 딱 하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더니, 자기가 계란을 잘못 사 왔다는 거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온다고 느껴질 것 같아요. 이게 어떻게 보면 받아먹는 사람은 군말 없이 해주는 대로 먹어야지 자기가 요리하는 것도 아니면서 옆에서 이러쿵저러쿵 훈수 두는 것이 듣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계란이 아닙니다. 계란이 오래됐는지, 누가 계란을 사 왔는지가 아니라, 그전에 우리가 계란 후라이를 왜 만드는지,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상황은 무엇이었는지 잠깐만 생각해 보아요. 내가 원하는 것은 예쁘게 음식을 만들어서 함께 저녁을 먹는 상황입니다. 음식을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맛있게 먹어주는 상대를 보며 뿌듯한, 그런 애정이 넘치는 상황을 원했어요.


노른자가 터졌다고 해서 해서 내가 처음에 그 계란 후라이를 만드는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큰 그림을 본다면 우리는 여전히 사이좋게 저녁을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노른자가 터져도 계란은 계란이고, 내가 한 요리는 여전히 맛있을 거예요. 터진 노른자 계란 후라이는 버리던가, 스크램블 해서 사이좋게 나눠먹던가, 새로 계란 후라이를 하면서 서로 도와줄 수도 있고, 계란이 없으면 없는 대로 터지면 터진대로 저녁을 먹어도 사이좋게 저녁을 먹는 것 아니겠습니까.




━━━━━━━━━━━━━━━━━━━━

상대: 앗, 노른자가 터져버렸네.

나: 그러게, 계란 후라이로 플레이팅 예쁘게 해서 너랑 맛있게 먹고 싶었는데.

━━━━━━━━━━━━━━━━━━━━


체력적으로 지쳐있을 때, 상대에게 이미 상처를 많이 받았을 때, 마음의 문이 닫혀있을 때... 우리는 상대를 탓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대화를 시작하는 목적은 싸움을 거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전달하기 위한 것임을 꼭 기억해 주세요. 더도 덜도 말고 나의 진심을 전달하면 충분합니다. 내가 원했던 상황을 설명해준다면 상대도 분명 잘 받아들일 거예요. 대화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더욱 평온하게 흘러갈 것입니다.


우리가 헤어질 수도 있지만 함께하는 이유, 그만큼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상대에게서 잘못을 찾아내어 상대를 깎아내리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모습을 찾아보아요.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상대가 행복해하는 모습에 나도 슬며시 미소 짓게 되는, 그런 따뜻한 장면을 원한다면 분명히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기회에 시간을 내서 생각해 보아요 : )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414149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클래스

https://class101.net/ko/products/DCNO3sPxKUBstRcB0ui9




이전 01화 당신의 대화는 안녕하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