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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Nov 18. 2023

“네가 무슨 선생님이세요?”

내가 하는 말마다 고치려 드는 상대에게

국제 커플이라면 어떤 언어로 대화하는지가 큰 변수입니다. 연인 사이에서 일상 대화뿐만 아니라,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해요. 특히 누군가의 모국어를 주 언어로 대화하는 경우, 저희의 경우 영어라면,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배운 저보다 모국어로 일평생 영어만 써온 남자친구의 실력이 월등히 높은 것은 당연할 거예요. 


문제는 정말 큰 용기를 내어서 진심 어린 마음을 말했는데, 갑자기 상대가 그 대화에서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문법이나 발음, 단어를 고쳐준다면 어떠신가요? 비단 국제 커플만이 아니라 한국인 커플 사이에서도, 맞춤법이나 고급 어휘를 알려주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무슨 말을 하든 사실 여부 확인이 가장 중요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저는 진심을 전달했는데 문법을 교정받았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이었어요. 제가 표현하려는 진심은 공중분해되고 어렵게 꺼낸 말이었는데 상대에게는 전달되지도 않았으니까요. 제가 이 문제로 계속 상처를 받고 상대가 원망스러워진다면,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여기서 정말 정말 중요한 것은 첫째, 이 모든 고민이 나를 알아가고 내면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영어공부를 20년을 했는데도 영어를 못한다는 자기 비하가 아니라! 나는 일상생활에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고, 외국인으로서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고 그 노력을 나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이 고민을 하면서 절대 누군가를 탓하거나 누군가와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불필요한 자격지심 없이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어야 해요. 네가 내 영어선생님이세요~? 남자친구라면 나를 더 공감해 주고 외국어 쓰는 상황을 이해해 줘야지~ 너도 한국어 못하잖아~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 되니까요.




제가 상처받은 순간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저는 왜 이 부분에서 상처를 받았을까요? 단순한 호의로 언어 학습을 도와주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는데, 게다가 원어민에게 첨삭과 교정을 돈을 내고도 수업받는 일들도 있는데 말이죠. 제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위해서 뭔가를 자발적으로 해준 것인데 대체 왜 기분이 나빴을까요?


입장을 바꿔서 남자친구가 한국어로 말할 때나, 한국어로 보고서나 이력서를 쓰는데 어색한 한국어를 구사한다면... 어쩌면 저도 마찬가지로 남자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더 적합한 표현을 알려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만약에 남자친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렇게 했다면 내가 받아들이는 감정이 달랐을 것 같아요. 친구가 그랬다면 아,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하고 지나가거나, 교수님이 그러셨다면 학생 하나하나를 위해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왜 남자친구가 그랬을 때는 기분이 나빴을까요? 


이건 남자친구와 저의 관계에서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건드려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남자친구는 나의 영어선생님이 아니니까요. 우리가 연인사이이기 때문에 항상 평등하길 바랐어요. 진심을 표현하면 그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고, 서로의 감정에 공감해 주길 바랐죠.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으니, 그 진심만을 잘 정리해서 표현하여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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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생각들

자기가 내 영어선생님도 아니면서 왜 자꾸 지적질이야 영어 원어민이 벼슬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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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사실

남자 친구가 내 영어 문법이나 발음을 교정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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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관점

나는 한국어와 영어 둘 다 의사소통, 학업, 직장, 사회생활 등에 문제없이 사용해 왔으며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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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결과를 위해

나는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내 실력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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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반응

내가 너에게 영어를 쓰는 이유는 너와 연인으로서 하는 대화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내 뜻이 전달된다면 굳이 고쳐주지 않아도 돼. 만약에 내 문법이나 발음 때문에 무슨 의미인지 못 알아듣겠다면 그때 무슨 뜻이야 하고 질문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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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상대의 언행이 선을 지나치게 넘어서 내가 견딜 수 없을 정도라면 당연히 헤어지는 것이 옳아요. 하지만 애매하게 기분은 나쁜데 화내자니 치사한 것 같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이 인간이 원망스러워질 것 같다면? 이런 일로 헤어지기는 싫고 이 인간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똥고집 부린다면?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노래가사처럼, 나를 먼저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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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황을 무시하는 발언을 할 때

나는 지금 내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거고 그거에 만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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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발언을 할 때

너 (또는 그 사람)와 나는 경쟁상대가 아니야 굳이 서로를 비교할 필요는 없어 너는 너대로 충분히 잘하고 있고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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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를 걸거나 기분 나쁘게 대화할 때

나는 너와 이런 문제로 논쟁하고 싶지 않아. 나는 우리가 함께 있는 지금 이 시간을 즐겁게 예쁜 말만 하면서 보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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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할 때

걱정해 줘서 고마워. 이 문제는 내가 더 알아보고 고민해 볼게. 내가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너에게 부탁할게 그전까지는 나를 믿고 지켜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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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정을 존중하지 않을 때

나는 나 스스로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네가 말한 대로 어려운 점도 분명 많겠지만 나는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에게 긍정적인 응원을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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