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한 순간에
저는 따뜻한 말 한마디, 다정한 관심의 표현에 목말라 있었어요. 그냥 “힘들겠다.” 한 마디가 듣고 싶었던 날이 있었죠. 하지만 상대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 제가 어떻게 행동했어야 하는지 자신의 정답을 알리는 것이 우선인 경우도 있을 거예요.
어쩌면 제가 느끼는 결핍은 상처받은 과거에 기인해서, 현재의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미 지나간 일이고, 이제 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무력감에 상처가 가중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상처받은 사건을 확대 재해석해서 기억하게 된다고 합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부터 나를 완전히 분리시켜서 차단해 버려 아예 기억에서 지우거나, 나의 인격이나 자존심,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상황을 왜곡해서 보기도 한다고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살 수가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보호 기제, 또는 생존본능이 발현되는 거죠.
그렇다면 무의식적이었던 본능을 의식적으로 활용해 보아요. 어떤 상처를 받아들이고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하기 위해, 정서적 기억을 재구성하여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 내가 직접 선택하는 방법이 있어요. 우리의 기억은 내가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지로 결정되는 것이니까,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내가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소중히 간직해 보아요. 서술을 다시 쓰기! 내가 상처받은 순간을 다시 써 보아요.
저는 가장 최근 상처받은 대화의 서술을 다시 써보려 해요. 어느 위로받지 못한 날, 그 좌절감과 공허함의 감정을 다시 서술할게요.
만약 내게 위로가 필요하다 느껴지면, 지금 나에게 어떤 위로가 필요한 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해요.
그 일을 잊기 위해 함께 신나고 재밌는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원하는지
구체적인 어떤 말 한마디를 해주길 원하는지
술 한 잔 기울이며 긴 시간 하소연을 들어주길 원하는지
둘이서 정처 없이 걷다가 한강을 보며 조용히 앉아있기만 하고 싶은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조언이 필요한지...
그래야 누군가가 위로해 줬을 때, 충분히 위로받았다 느낄 수 있으니까요.
“마음 비워라.”
“네가 이해해라.”
“그걸 선택한 네 탓이지.”
“네가 참아야지.”
자꾸 낙담하는 법을 주입하는 대화는 참 힘들어요. 현실이 시궁창인 거 알면서도,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보고 살아남겠다고 아등바등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을 산산조각 내잖아요. 이 관계에서 더 이상 상처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더 크게 상처받았던 것 같아요. 잘하고 있어 보여도 힘들고 어렵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위로가 필요할 수 있어요.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그런 사연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듣고 싶었던 위로를 스스로에게 해주기로 했어요. 메모장에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을 쭉 적어두고, 상처가 되어버린 지난번 대화가 떠오를 때마다 내가 쓴 위로를 계속 읽었어요.
“많이 힘들겠다. 네 마음이 어떨지 이해해.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어렵다 느낄 수 있지.”
“그래도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거라 믿어.”
“네가 어떤 결정을 하던 너의 선택을 응원할게. 네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 상황에서 네가 해볼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 다방면으로 고민해 보자.”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능력이 된다.”
타인에게 기대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설 수 있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할 거예요. 만약 내가 다시 인생을 살 수는 없으니, 자책하고 방황하는 시간들 덕분에 이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이제라도 가졌으니 행운이라고 서술하고 싶어요.
마음의 상처에 대한 치유는 목격자가 있을 때 시작됩니다. 인생을 다시 사는 방법, 서술을 바꿔 보아요. 나를 주어로 두고,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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