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부족한 사람과 체력이 넘치는 사람의 합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걸을 수 있지?”
“여기까지 왔는데, 얼마 안 남았어!”
“곧 도착해! 5분만 더 가면 돼.”
일상에서 벗어나, 예쁜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고, 편하게 쉬고 싶어서 온 여행.
그런데 여행 스타일이 다르면, 특히 체력 차이가 많이 난다면, 같이 다니는 사람 모두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 많이 생길 거예요.
제가 처음으로 남편의 고향을 방문했을 때, 남편은 자신이 자라온 동네의 이곳저곳을 소개해주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저는 시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긴장감, 오랜 비행으로 인한 피로감, 시차적응의 실패로 몸 상태조차 저조한 상황이었어요. 더는 힘들다고, 더는 무리라고 해도 남편은 조금만 더 가면 정말 동네 전경이 다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고, 조금만 더 걸으면 자신이 다녔던 학교가 있다고, 조금만 더 가면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식당이 있다고 계속 걸었죠.
당시 제가 느꼈던 남편과 저의 가장 큰 차이는 체력의 차이였어요. 저는 체력이 부족해서 쉽게 피로해지는 편이라, 제게 남은 에너지를 끌어모아 꼭 해야할 일들만 빨리빨리 해버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에요. 그래서 남편이 온 세상 여유를 다 가진 듯한 느린 행동들이 정말 답답했어요.
대체 왜 길을 미리 확인 안하고 저렇게 헤매는 거지?
대체 왜 계획을 허술하게 세워서 시간을 허송으로 보내고 있지?
최소한의 이동 거리로 다니면 될텐데!
앉으면 삼천리 서면 구천리가 보이는데!
왜 바로 앞의 것만 보고 강아지가 자기 꼬리 쫓는 것 같은 일을 하고 있는거지?
체력이 떨어지면서 인내심도 바닥나고, 저는 결국 이런저런 불만이 생겼어요. 또 낯설고 새로운 장소에서는 평소보다 예민해지고, 쉽게 평정심을 잃게 되죠... 저도 그랬어요. 결국 남편과 크게 다투고 여행을 망칠 뻔 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남편은 시간적 마음적 체력적 여유가 많아, 제가 보기에 불필요한 일들도 본인이 충분히 해낼 수 있기에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것이었어요. 사실, 남편이 저에게 자신이 자라온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건, 사실은 정말 사랑스러운 일이지 짜증낼 일은 아니잖아요.
체력이 강해 인내심이 많은 남편과 체력이 약해 효율성이 높은 저, 어느 누가 옳고 틀리지 않고, 어느 누가 낫고 못났지 않아요. 우리는 그냥 서로 다른 것 뿐이에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기가 어렵고, 둘 다 불만족인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거예요.
이런 차이를 인지하고 둘만의 해결책을 찾아야 해요.
내가 나의 능력치를 알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해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중간중간 카페에서 쉬는 시간을 넣고,
하루에 현실적으로 몇 km나 걸을 수 있을지,
몇 군데 정도 관광할 수 있는지를 미리 논의해 보아요.
상대는 꼭 가고 싶은 곳은 혼자라도 갈 수 있도록 계획에 포함하면 좋겠죠.
“내가 이렇게 힘든데 너는 그걸 왜 몰라줘?” 가 아니라
“나는 지금이런 상황이고 이런 해결을 원해.” 라고 알린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나는 생전 처음온 남편의 고향에서 처음 보는 건물과 길에 압도되고 남편을 잃어버리면 돌아가는 길을 모르니 매 순간이 긴장인데 남편은 태평하게 자기만 즐기고 있을 때
-> 나는 이곳이 처음이라 무척 긴장되고, 네가 먼저 출발해 버리면 나는 혼자 남거나 길을 잃을까 봐 불안해. 특히 차에 탈 때 너와 동시에 탈 수 있도록 조수석 문을 바로 열어줘. 그러면 내가 더 안심하고 너의 고향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너무 피곤하고 다리 아프고 배고파서 머리도 아파오는데 남편은 아직 더 돌아다니고 싶다면
-> 나 너무 힘들어서 커피를 마시고 좀 앉아서 쉬고 싶어. 네가 더 관광하고 싶으면 나는 여기 카페에 있을 테니 다 보고 연락 줘. 네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관광하고 오기를 바래.
땡볕에 땀 줄줄 불쾌지수 높아져서 얼른 시원한 곳으로 가고 싶은데 남편은 재밌게 놀고 있다면
-> 나 더위에 지쳐서 너무 힘들어. 택시 타고 집에 빨리 가서 씻고 침대에서 편안히 쉬고 싶어. 네가 여기 더 있고 싶으면 나 먼저 가있을게. 나는 네가 마음껏 재밌게 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 우리 몇 시쯤 숙소에서 다시 만나자.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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