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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22. 2024

시험을 보지 않는 전업 수험생 남편

나는 왜 남편의 수험 기간을 응원해줄 수 없을까?

2023년, 결혼 4.5년 차, 새해가 또 밝았다. 

우리는 여전히 이곳에서 살고 있다. 


2018년 여름, 우리가 처음 결혼할 때는 남편이 

여기서 2-3년만 살다가 남편의 취직과 함께 이사 갈 거라고 설득했었다. 


원래대로라면 2021년 여름, 

우리는 분명 이사를 했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남편이 공부와 알바를 병행해서 

상대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고 하는 말을 믿었다.


결국 미국에서 외국인으로 일하던 내가 외벌이 가장이 됐다.

벌써 2년째, 남편은 전업 수험생이다. 남편은 아직도 시험을 보지 못했다.




나는 우리의 결혼생활에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결혼하면서 나는 남편의 나라로 이민 왔고,

취업허가가 나오자마자 바로 취직했다.


전업수험생 남편을 위해 생계와 보험을 책임지고,

부부갈등을 해결하고자 상담이며 공부며 전부 내가 다 했다.


나만, 했다.




2년째 전업 수험생인 남편이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우린 정말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는다.


결혼 내내 수험생이었던 남편,

그 흔한 식사도, 산책도, 외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동안 한 집에, 심지어 스튜디오 아파트에, 살면서도 전혀 마주치지 않는 생활을 했었다.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혼자 조용히 출근하면

남편은 느지막이 일어나서 오후에 도서관에 가고

나는 저녁에 퇴근하면 텅 빈 집에서 혼자 있다가

내가 잠들 때쯤 남편이 귀가하는 하루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지금의 결혼생활이 가장 행복하고 안정적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싸우지 않았던

아니, 내가 잠잠하고 고분고분했던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 곪아 터지고 있었던 그날들이


본인에게는 나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줬다고 한다.




편은 참 마음이 편하다.

걱정 없이, 스트레스 없이, 압박감 없이...

시간도 많고, 저녁엔 산책도 나간다.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산다.

정신 건강 최고일 듯.

남편은 행복할까?




나는 남편이 원한다면 전업주부를 한다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보수가 적은 일을 해도 의미 있는 일이라면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취업 준비한다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꼴은 못 보는 것...


사실 남편이 백수라서 불안한 건 나이지 남편이 아니다.

당사자는 자신의 꿈을 믿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처음 계획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것뿐이다.




올해는 남편이 취직할 수 있을까?

올해는 우리 이사 갈 수 있을까?


남편이 먼저 취직을 할까?

우리가 먼저 이혼을 할까?


잠깐, 남편이 취직을 안 하면 우리는 이혼을 하는 게 나을까?




나는 왜 남편의 백수 기간을 응원해줄 수 없을까?

꿈꾸라는 이상적인 말은 잘만 하면서, 나는 남편의 꿈을 믿고 응원만 해줄 수는 없는 걸까?




<인간극장 삽다리 천생연분> 의 아내처럼, 

남편이 하고 싶어 했던 일을 왜 응원해줄 수 없을까?

신뢰와 사랑이 가득한 멋진 말을 나는 왜 해줄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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