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열 번 스무 번을 참고 딱 한 번 물어봤는데
“하반기에는 시험 보는 거 맞지?”
나는 진짜 열 번 스무 번을 참고 딱 한 번 물어봤는데,
남편이 흐느끼며 울었다.
진짜 울고 싶은 사람은 난데...ㅜ
결혼할 때부터 취직 준비만 수 년째.
그동안은 이런저런 알바라도 하다가
전업 취준생으로 지낸 지 어언 2년.
외노자였던 내가 외벌이 가장이 됐다.
남편을 위해 나는 새로운 기회를 모두 고사했다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나에게 온 여러 기회들을 내가 거절했다.
매 해, 올해 안에는 꼭 이사 간다고 남편은 약속했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곧 이사 갈 테니까,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다고 느껴졌다.
남편이 하반기에는 꼭 시험을 보기로 또 약속했다.
남편이 그때는 분명 이사 가기로 약속했다.
그 약속은 다섯 번이나 더 미뤄져서 지금까지 왔다.
그렇게 3년이 흘렀고 남편은 아직도 수험생이다.
7년 동안 공부하고도 단 한 번도 시험을 보지 않은 전업 수험생.
그리고 남편은 여전히 이번 하반기에는 꼭 시험을 보겠다고 또 약속했다.
연말에는 이사 간다고 약속한 시점에서
10월인 지금 내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을까?
올해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남편은 시험을 볼 수 있는 걸까?
차라리 올해도 어렵다고 하면, 나는 내년까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찾아볼 텐데...
본인이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나도 최대한 기다려주겠지만
직접 시험 날짜를 정해서 시험을 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대체 왜 시험을 꼭 보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서,
나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걸까...
이게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약속하지 않았다면 나도 기대하지 않았을 텐데...
매년 두세 번씩 심장이 쿵하고 가라앉는다.
또 이곳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니...
최악의 상황으로 이번에도 이렇게 약속을 해놓고 연말에 시험을 안 보면...
나는 어떡하지? 내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남편이 우리 결혼 생활 내내 반복교육을 시키는데,
깨닫지 못한 내가 바보일까?
그럼에도 헛된 희망을 갖는다.
나의 원죄.
그러니까 남편은...
하반기에도 시험을 못 볼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미안해서
차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나 보다.
아마 이유는 많았겠지만,
내가 이미 들어보지 않은 이유는 없을 테니
말문이 막혔나 보다.
나를 실망시키기가 두렵고,
또 자기 스스로도 답답하겠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할까?
그 희생으로 얼마나 많은 가정이 유지됐고, 얼마나 많은 개인이 파괴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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