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금지법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은 회사마다 다르므로 개인적 경험 기록 용으로 작성한다.
“인종, 피부색, 국적(실제 또는 인지된), 연령, 신체 또는 정신 장애(인지 또는 실제), 임신, 유전 정보,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 혼인 여부, 종교, 병역 여부, 시청각 보조견 여부 등 어떠한 사유로도 차별하지 않습니다. 본 정책은 직원 혹은 방문자가 평등한 권리 아래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우리 회사 공식 웹사이트와 사내 인트라넷에 개제 된 차별금지법 내용. 신고서는 인트라넷에 올라와 있었다.
신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인사과 조사관에게서 연락이 오는데, 빠르면 2-3일 이내 길면 2-3주 까지도 기다려야 한다.
“서면 민원은 날짜와 서명이 포함되어야 하며, 사건 발생의 구체적 내용(일시, 장소, 정황, 증인)을 포함해야 합니다. 30일 이내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신고서 자체에는 별다른 항목은 없었고 자유형식으로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 내게 되어있었다.
이 신고서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조사 방향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내가 한 개의 사건만 신고하면 그 사건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결과도 해당 사건에만 유효한 것이다.
내가 처음 신고서를 제출했을 때는 가장 심각했다고 여겼던 2월 중순 즈음에 있었던 하나의 사건만 작성했었다. 그 후에 조사관과 면담을 했을 때 들었던 말은, 사실 확인을 위하여 당시 사건에 관련된 증인과의 면담이 필요하고 그 후에 피신고자와 면담할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원하면 신고서를 수정해서 다시 제출해도 괜찮다고 내가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셨다.
이후 나는 네 개의 사건을 포함하여 다시 신고하였다. 피신고자의 언행이 내가 입사 초반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는 연속성을 제기하였고, 이메일을 증거로 첨부하여 보냈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므로 30일 이내라는 권장사항에도 부합하고,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되는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신고는 비밀로 유지되며, 관련법과 회사의 의무에 따라 처리됩니다. 피신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일반적으로 신고인의 신원이 공유되어야 공식 조치가 가능합니다.”
초반에 가장 큰 사건이 있었을 당시에는 피신고인에게 신고자와 신고내용이 공유된다는 사실에 신고 자체를 하지 않았었다. 차라리 그때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더 나았을까?
“신고인, 피신고인 또는 증인을 포함한 어떤 참여자에 대해서든, 그들에 의한, 또는 그들을 위한 보복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며,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입니다. 보복 행위에는 사건에 관련되지 않은 직원과 해당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또는 피신고인과의 업무 방식을 변경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보복행위는 금지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이 좁은 업계에서 소문이 안 돌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신고를 하든지 안 하든지 오롯이 내가 짊어져야 할 무게. 괜히 신고해서 분란 만들고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낙인이 찍히거나, 아니면 그냥 조용히 버티다가 조용히 이직하거나...
정의로운 말들. 나는 이런 말들에 현혹됐던 것 같다. 말 뿐인 말이었는데.
그 사이에 현실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도 했다. 어차피 사측이 유리한, 가장 효율적인 결론이 나올 것이고 재심은 단 한 번만 가능하다는 것.
제도적인 불공정.
그들만의 단단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