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면담 중 깨달은 것들

Thank you for diss

by 홍이

이건 첫 번째 레슨

HR을 믿지 말자


인사과 담당 조사관...

면담 내내 친절함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다.


'상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질문도 해주시며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됐었다' 며 위로도 해주시고

'직원의 입장을 이해한다' 는 공감까지.


그런데 막상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받아보니

악마의 편집에 억울해하던 방송 출연자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내가 신고한 사건 중 하나에 관해

조사관이 이런 신고를 많이 받아봐서 아는데

이러이러한 반응이 나올 거다.

사전에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냐

이런 식으로 질문해서 대답했는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치 내가 주장한 것처럼

그러니까 내가 한 말 quote 이긴 한데

사실상 신고 내용이랑은 상관이 없는 말을 써 놓음 ㅡㅡ


게다가 두 번째 신고에서는

중재에 참석하는 거 아니냐며, 신고 진행 할 거냐고 ㅡㅡ

중재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신고 다시 할 수 있다고 ㅡㅡ


두 번째 신고 조사 면담에서도

계속 중재를 통해서 해결하면 어쩌고 저쩌고

이 내용은 중재에서 다루는 내용 아니냐며 어쩌고 저쩌고...


아무래도 사측은 사측인 듯.




이제 두 번째 레슨

위로 escalate 해


윗선에 보고하고

인사과에도 신고하고

노조 대변인 요청하고

정신과 진료도 보고

변호사랑도 상담해!




아무튼 그 신고 대상자들이 깽판 쳐서

노조 담당자도 배정받았고 ^^


조사관도 조사는 안 하고 계속 설득하려는 덕분에

노조에서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확실히 노조가 있고 없고에 크나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신고도 조사도 처음이니까

계약상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내 권리가 어디까지인지도 모르니

그냥 인사과가 하라는 데로 끌려다니기 마련인데,


노조에서 바로 개입해 주고

계약서에 무슨 항목 어디에 있는 내용 인용해 주시며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ㅠㅠ


나 담당자님께 좀 반한 것 같다.




이번에 깨달은 건

좋게 좋게 넘어가기? ㄴㄴ 나만 손해

내 바로 윗선에서 해결이 안 된다? 상위 부서 또는 책임자 ㄱㄱ


내가 할 수 있는 최고 단계로 상신해야 한다.

물론 정식 절차에 따라


그리고 어제 신고하고 오늘 해결하길 바라는 건 무리고 ㅠㅠ

주기적으로 문제 상황 인사 고충 등 추가로 서면 보고하면서

두 달이고 세 달이고 일단 좀 기다릴 줄 알아야 함


오랜 시간 동안 해결 안 된 일이라

심각성을 강조할 수 있고

내 피해 사실도 더 커지니까

계속 기록 남기면서 증빙할 수 있어야 함




I HATE THIS!!!

상대에 맞춰서 어필하기


사실 억울해서 미칠 것 같은 상황에 처하면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진짜 뭐 같지만,

피해자가 가장 이성적이어야 한다.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내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내가 피해자임을 상대에게 설득(?) 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각각 다른 포지션을 취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어필하려면

내 업무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신고대상자들의 행위가 업무에 어떤 방해를 끼치고 있는지,

그로 인해 고객이나 타 부서에 얼마나 손해인지, 등


업무 내용에 관한 객관적인 수치로 접근하면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더 빨리(?) 깨닫는 것 같다.




중재인에게 어필하려면

일단 중재인이 누구인지, 어떤 백그라운드에서 오는 지를 확인하면 좋다.

대부분 중재인은 제삼자, 보통은 프리랜서일 확률이 높고,

프리랜서라면 당연히 개인 홍보/영업도 해야 하니까 웹사이트도 있을 듯.


중재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또는 현시점에서 가장 관심 있게 다루는 주제를

좀 내 상황에 맞게 응용해서 어필할 수 있겠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정신 건강

안전한 근무 환경


중재인이 직접 사용한 단어나 문장, 표현 방식을 알아두면

면담할 때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노조와는

근로환경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

그리고 근로기준법 같은 거 정독해 놓으면 훨씬 잘 통할 것 같다.

아무래도 노조는 근로자 편...이니까... 겠지?




드디어 세 번째 레슨

이직 준비하기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아무리 이게 인용이 되든 안 되는

신고까지 한 마당에 그 직장에 오래 있지는 못할 것 같다.


아무래도 신고랑 조사 과정에서

리더십이나 인사과 등등

조직문화에 정 털리는 건 기본이고


한 번 마음이 뜨면

불합리한 것들만 보이기 마련인 듯.


그래도 일단 조사 결과에 따라

mental health accommodation 라든지

position reassignment 받을 수도 있고

severance package 두둑이 챙겨 간 선례도 있었으니

조사는 끝까지 가는 게 맞는 듯.


어차피 이직도 순식간에 되진 않으니 ㅠㅠ

그냥 이직 준비하면서 조사 결과 나올 때까지만 버티잣




일희일비 않기
좀 더 강해져야 돼 웃어넘길 수 있게
세계를 둘러봐 차고 넘칠 걸
어둠과 빛이 함께 존재해
그렇게 세상은 만들어져 굴러가
우뚝 서 버텨 균형감 잃지는 마
너그러운 한마디 그로부터 시작되게
keyword
이전 15화내가 컴플레인 당했다니, 완전 럭키비키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