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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희 Nov 19. 2024

성가신 부드러움

소박한 삶이 주는 포근함과 그리고 온전함

일상에서 불편하고 성가신 것들을 깊이 들여다보면 주로 사치스러움이나 게으름이 동반된 것들이 많이 있다.

나에게도 몇 가지 성가신 것들이 있다. 팔이 길거나 헐렁한 셔츠들과 긴 바지들과 롱 치마들이다. 팔이 길고 통이  셔츠는 요리하거나 손을 사용할 때마다  흘러내리는 옷 때문에 매번 걷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리하여 요리를 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집어야 하는 행동을 할 때 굉장히 불편하다. 또한 긴 바지와 치마는 걸을 때마다 옷의 끝자락이 더럽혀질까 신경이 쓰이며, 계단에 오르거나 내릴 때 바닥에 끌리는 옷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반지 또한 불편하다. 비누로 씻을 경우 반지 사이로 비누의 덩어리가 반지 사이에 끼이거나 핸드크림을 바를 때 크림이 묻어나기 때문에 반지를 빼고 씻고 바르는 거추장스러움이 있다. 네일아트도 마찬가지이다. 혹여나 매니큐어가 벗겨질까 손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손이 물 닿는 것 또한 망칠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긴 머리는 책을 읽거나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등등 모든 일상의 일에서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종종 방해가 되곤 한다. 요리를 할 때 쓰이는 다양한 조리 도구들은 과도한 설거지 양을 만들어낸다.

 멋스럽고 힙한 옷들과 여성스럽게 만들어주는 화려한 옷들, 예쁘게 꾸며진 손톱, 길게 늘어뜨린 우아한 머리카락, 요리를 간편하게 도와주는 다양한 도구들은 성가신 존재가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손목과 손의 움직임을 편안하게 해주는 간편한 옷을 입기로 했다. 롱 치마와 긴 바지를 입지 않고, 반지를 끼거나 네일 아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손을 자유로케 하리라. 긴 머리는 머리핀으로 고정을 하고 요리할 때 나는 볶음 튀김 국 모든 것을 나무 숟가락 하나로 해결하리라. 주방에 있는 너무 과도한 조리 도구들을 정리하기로 한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행위들은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게 한다. 화려한 옷, 색색의 예쁜 네일 아트, 손마디마디 끼워진 반지들, 조리를 편안하게 도와주는 많은 도구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나는 간결하고 소박하게 살기로 결심한다. 장식품, 액세서리, 등등 화려함을 제거하고 단순함의 보드라움을 보고 싶다.


세상은 과도하게 많다. 옷들도 너무 액세서리도 많다. 정보도 많고 말도 많다. 영양 보조제도 많고 음식들도 너무 많다. 정치도 많고 생각도 많고 의견도 많다. 많음을 벗어던지고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깨끗한 옷 몇 벌과 몇 개 없는 주방 도구들로  많은 쉼이 있는 주방을 원한다. 주방은 그렇게 빈 공간으로 채워진다. 이렇게 소박한 일상의 습관이 주는 하루하루의 시간들은 나를 오롯 나로 볼 수 있게 해 주고 하루를 부드럽고 뽀얗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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