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가사의 노동에서 조금은 나를 귀하게 대접해주기 위해 애쓰는 나만의 소소한 사치일지도 모른다. 아침에 졸음을 참아내고 일어나는 게 고통스럽지만, 아침 준비를 위해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그래도 나에게 굿모닝을 하기 위해 조금 값이 나가는 향이 아주 좋은 치약을 사용한다. 졸린 눈을 감고 치약의 향긋한 향이 온 입안으로 퍼져나가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나는 머리를 질끈 묶고, 앞치마를 단단히 동여 메고 남편의 도시락과 아이의 아침밥을 빠른 속도로 차린다. 먹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괜스러 걱정스러움과 앞선 염려로 괜히 열심히 챙겨주는 엄마 코스프레를 한다.
누구나 자신에게 중요한 식사 시간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대게 회사원들은 유일한 낙이자 쉼표의 시간인 점심시간을 고대하며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즐거움을 만끽 할 것이며, 요즘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을 실행하는 누군가는 굶주린 하루의 끝에 먹는 저녁 한 끼를 소중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와인과 함께 먹는 저녁 시간이 가장 소중했는데, 매일 마시는 와인이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튼, 나는 나의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을 아침 밥상으로 정해주고 싶다. 예쁘게 플레이팅을 해주고 당을 올리지 않는 식단을 중심으로 아이의 하루의 시작을 맛있는 음식으로 시작하게 해주고픈 도치맘의 앞선 마음이 크다.
여하튼, 아침에 마시는 캐모마일 허니 허브티를 한 잔 마시면 머리까지 상쾌해지고 졸린 눈이 저절로 떠지는 기분이다. 그래! 이왕 하는 거 즐겁게 만들자. 남편이 점심 도시락을 기다리도록 만들어보자. 나는 향긋한 차를 마시고, 남편의 도시락 메뉴는 해비한 메뉴이다. 아이를 등원 시키는 차 안에는 차량에 구비한 아로마 디퓨져에서 연기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유칼립투스 향은 차 안을 진동 시키고, 창 밖 풍경에 펼쳐진 바다와 시골 길 그리고 그 옆으로 보이는 귤 밭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도록 도와준다.
아이를 등원 시키고 집안 정리를 마친 후, 이솝에서 손을 바들바들 떨며 사버린 룸 스프레이를 뿌리고 서재로 올라온다. 커피숍의 커피 값이 매우 아까운 나는 항상 집에서 커피를 마시지만 (절대로 왠만하면 혼자 커피숍을 가지 않는다.) 대신에, 아주 좋은 향의 원두를 고른다. 그렇다 나는 항상 맛보다 향이 먼저인 사람인 것 같다. 서재 안에 헤이즐넛 커피향이 진동을 하고 우드윅 소이 캔들을 켜고 논문 쓰기와 원서 번역을 시작한다. 핸드크림 또한 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헉슬리의 향수와 핸드크림이 왠지 부드럽고 차분한 향을 뿜어내는 것 같아 선호하는 브랜드이다.
아이가 돌아왔다. 다시금 저녁을 하고 저녁 요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어김없이 모로칸 가드너 향의 워시와 바디 로션을 바른다. 가장 기분 좋은 시간이다. 따뜻한 물로 온 몸을 닦아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아이와 남편이 잠들고 나는 조용히 우드 캔들 곁에서 좋아하는 에세이를 읽는다. 잠들기 전 수면에 아주 좋다는 라벤더 필로우 미스트와 아로마 몇 방울을 뿌리고 잠에 든다. 그러면 왠지 나는 행복하게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한다. 향이 주는 사치가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