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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텍이 Dec 19. 2021

슬기로운 슬로우라이프

삶기술학교 뉴스레터 제삶지대 64호 2021. 10. 22. Fri

오늘의 BGM -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 OST


언젠가 슬로우 라이프(혹은 슬로라이프)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떠오른 적 있었죠? 지금도 유행인진 모르겠지만, 슬로우 라이프라는 단어가 휩쓴 그 후로 저마다 그런 정신을 추구하는 삶이 있다더라- 혹은 나도 그렇게 살고 싶더라- 하는 사람들이 부쩍이나 많아진 듯해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당사자인 저 조차도, 슬로라이프를 꿈꿨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슬로라이프는 환경운동가이자 문화 인류학자인 한국계 일본인 쓰치 신이치라는 사람이 만든 개념이에요. 영어권 국가에서는 아예 없었던 단어랍니다. 단어를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느리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더 깊은 의미도 있습니다. 쓰치 신이치가 주장한 슬로우라이프의 ‘slow’는 S- Sustainable (지속 가능한), L- Local (지역), O- Organic (유기농) W-Whole (전체)를 합성한 단어를 뜻한다고 해요. 


슬로우라이프가 뜨기 아주 이전에는 ‘웰빙’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 ‘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어도 떠올랐지요, 최근에는 덴마크식 라이프 스타일 ‘휘게’가 라이프 스타일 시장 트렌드를 휩쓸기도 했어요.. 웰빙은 건강을 염두에 두고 생활하는 방식, 미니멀라이프는 중요한 것만 남기는 삶의 방식, 휘게는 가족 혹은 혼자서 소박한 삶 속에서 느끼는 ‘행복’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이에요.

각자 다 다른 개념이겠지만, 어딘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단어들어요. 각각의 개념들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지만, 그 과정은 자기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이전보다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들 하는데요. 이 모든 개념들의 지향점은 궁극적으로 단 하나, ‘내가 나에게 집중해서 행복한 삶’으로 모인다 생각해요.


슬로우라이프가 지향하는 느린 삶- 궁극적으로 나를 위한 삶을 이루 내기 위해서는, 그곳까지 이끌어 줄 어떤 요소들이 필요해요. 사람들이 슬로우라이프를 원하지만 자신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잘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들은 ‘나를 슬로우라이프로 이끌 요소들’이 주변에 있는데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거고요. 


내가 갖고 있던 것들을 새롭게 보는 시선을 갖춘다면, 다른 태도로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로컬을 많이 찾나 봅니다. ‘느림’이라는 단어가 추구하는 것들 그리고 합성어로서의 ‘SLOW’ 속 각각의 단어들이 추구하는 것들의 이미지들이 분명 로컬에 있으니까요.


물론 이 과정을 통해 마주하는 슬로라이프가, 단순히 느린 시골생활을 해야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겠죠. 그래도 굳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보지 않아도 ‘나를 슬로라이프로 이끌’요소들이 주변에 왕왕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성인이 되고 난 후부터 여유로운 삶과는 동떨어졌다고 생각해왔고, 언젠지 모르는 먼 미래에 슬로우라이프를 꿈에 그리기만 했는데요. 

이곳에 와보니, 그동안 내가 누리고 있던 것들이 결국 슬로우라이프로 나를 이끌던 것들이었구나 하고 깨우쳤어요. 그래서 언젠가 이 한산을 벗어나도, 저만의 슬로우 라이프 스타일을 품고 살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겼어요. 독자님은 어떠신가요? 슬로라이프를 살고 계시다고 생각하신가요, 아니면 자신과는 너무 먼 단어라고 생각하시나요? 


슬로우 라이프가 정답만은 아닌 삶도 있겠죠. 속도가 느리다, 빠르다 하는 것도 상대적인 개념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언제나 달릴 수는 없죠. 일의 보람을 느끼려면 휴식이 있어야 하고, 휴식의 즐거움을 느끼려면 일을 해야겠죠. 항상 같은 속도로 갈 수 없는 인생에, 지금 내 삶에서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해서 살아내는 매일매일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큰 짐처럼 느껴지고 벅차다고 느껴진다면 이건 분명 ‘자신만의 수단’을 사용해서 속도를 컨트롤하라는 암시일 거라 생각해요. 


독자님에게도 독자님만의 삶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갖고 계시겠죠? 저는 앞으로 ‘속도 낮추는 법 10개’를 만들어 마음속 한편에 품고 다니고 싶어요, 아직 네 개 정도밖에 없긴 하지만요 하하! 하지만 꾸준히 천천히 하나씩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독자님은 리스트를 몇 번까지 채우셨을지 궁금해요. 언젠가 독자님의 리스트가 가득 채워지는 그날, 그 날로 가는 여정 모두 평화롭고 행복하길 바라요.


벌써 금요일입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요! 

일주일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주에 뵐게요 


– 삶기술학교 YON 


소개하고 싶은 것들
EBS 다큐 프라임 : 당신은 일이 아니다

믿고 보는 EBS의 ‘다큐프라임’이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휴식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나를 위한다는 것이라는 말은 쉬워 보입니다. 왜냐면 그 주체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니까요. 그런데 해 보신 분들은 알 거예요.. 그게 정말 어렵다는걸요.


우리는 모두 세상에서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영원히 한 친구와 함께 살아갑니다. 그 친구 이름은 바로 ‘나’이고요. 내가 남을 대하는 것만큼, 내가 나를 대했나 – 내가 나라는 친구를 잘 대했나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닐 때가 많아요.


매일매일의 내가 나에게, ‘휴식’이라는 이름의 좋은 먹거리, 마음 챙김, 좋은 말들을 해주었나 생각해 보면 그러지 못할 때가 많지요. 이 EBS 다큐는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수 많은 넷플릭스 프로그램에서 슬로우라이프의 향기가 느껴진거야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헤드스페이스’ 시리즈


넷플릭스를 설명하는 한 문장이 있어요. ‘풍요 속의 빈곤’.....


매달 또박또박 돈을 내고 보면서도, 왠지 저 문장은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어요. ‘뭐 보지’하고 수십 번을 생각하며 미루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는, 그 무서운 구렁텅이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시리즈 ‘헤드스페이스’에요.


헤드스페이스 ‘명상이 필요할 때’

헤드스페이스 ‘숙면이 필요할 때’

헤드스페이스 ‘마음을 챙길 때’ - 인터랙티브 


명상에 대해서 뭔가 낯간지럽거나,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번 시청해 보세요. 귀여운 일러스트와 스토리텔링으로 어렵지 않게 명상에 대해서 알아가실 수 있어요. 세 가지 시리즈가 있고, 넷플릭스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나를 챙기는 ‘마음 챙김’을 해보실 수 있어요.



느린 삶을 위해서, 호흡해 보세요 - 매거진 breathe


잡지 좋아하세요? 저 무지 좋아하거든요. 서점에 가면 무조건 잡지 코너부터 가는 게, 제 서점 방문 루트입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신기한 잡지 ‘breathe’에요.


요새 출판업계가 불황이기도 하고, 유명한 잡지사들이 많이 사업을 접긴 했지만 그만큼 특이한 주제를 들고 나오는 잡지들도 많이 생기고 있어요. 제가 발견했다는 잡지 breathe도 그 결을 같이하고요.


앞서 말했듯이 슬로우 라이프는 진짜 느리기만 한 환경에 둘러싸인 게 아니에요. 내 마음의 속도를 늦춰줄 수 있는 것들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슬로라이프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겪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속도를 낮추기 위해서 볼 수 있는 것, 그것들에게서 찾은 의미를 나누고 다루는 잡지가 바로 breathe입니다. 


무겁지 않아 좋은 잡지, 나를 숨 쉬게 하는 잡지- 시중에 나와있는 괜히 감성만 건드리는 것 같은 책들이 보기 싫을 때는 breathe를 한번 읽어보세요.


행복의 조건이란? tvn 예능 숲속의 작은 집 (2018)

2018년도에 방영했던 tvn의 예능 숲속의 작은 집이에요. 당시에는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었고, 이것 역시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없애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 내게 중요한 것만 남기는 과정에서 ‘나를 발견하는 행복’을 찾기 위한 라이프 스타일인데요. 


그런 미니멀라이프를 살아보고, 행복을 향한 실험을 해본다는 주제의 예능이 바로 이 ‘숲속의 작은 집’입니다. 출연진들은 타인과 거의 교류하지 않고, 숲속의 작은 집에서 홀로 생활하며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요. 


느리게- 더 느리게를 위해 주어지는 미션들, 그걸 수행하는 사람들의 모습들, 그리고 그들이 느낀 감정을 화면 너머로 바라보며, 시청자들 또한 저마다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어요. 


그 때도, 지금도 : 지브리 '추억은 방울방울' OST 


지브리 스튜디오의 ‘추억은 방울방울’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도시에서 살며 가끔 시간을 내어 시골로 가서 휴가를 보내는,

시골의 삶을 동경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인데요.    


영화의 배경인 91년에 시골의 ‘슬로우라이프’를 동경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30년이 지난 2021년 한국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죠.


당장 오늘 다룬 주제가 슬로우라이프이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추억은 방울방울의 주인공과 같은 마음을 갖고 계실 거라 생각하며 

오늘의 BGM을 선곡해 보았어요.


오늘 뉴스레터가, 독자님의 마음의 속도를 낮추고 편안하게 만들었길 바라며 인사드리려고요.

이번 주도 수고 많으셨어요! 다음 주에 뵐게요! 


- 사랑을 담아 삶기술학교 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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