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이 두려웠기 때문에, 400명 앞에 서기로 결심한 아이러니한 직진
어떤 사람들은 두려움을 피하려 애쓴다.
어떤 사람들은 두려움을 숨긴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두려움이 가장 짙은 곳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직진형 인간'의 저자 데미안 작가는 원래 강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말 전달력이 뛰어난 편도 아니고,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늘 부담이었다.
그래서 그는 한동안‘작가로서 조용히 글만 쓰는 삶’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쓴 책의 제목은 [직진형 인간]이었다.
직진을 말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두려움 앞에서는 멈춰 서 있다면, 그 책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는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에게도 충분히 상의하지 않은 채 약 400명 규모의 북콘서트를 스스로 열기로 한다.
장소도, 홍보도, 준비도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다.
계획이 없었다기보다 두려움이 먼저 와 있었고, 그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기로 한 선택이었다.
결국 그 400명 앞이 모인, 이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제가 두려움을 깨기 위해 만든 자리에 함께 와주신 겁니다.”
그 말 한 문장으로 그 공간은 단순히 ‘행사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용기를 증명하는 현장이 되었다.
만약 그 무대가 불안 하나 없이, 긴장 하나 없이, 완벽함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된 자리였다면 나는 아마 감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뿐, 마음까지 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그는 완성된 사람이 아니었다.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조심스럽게 문장을 고르며, 두려움을 숨기지 않은 채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래서 그의 말은 기술보다 진심이 먼저 전해졌고, 완벽함보다 인간적인 솔직함이 먼저 남았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도전하고, 실행하고, 부족함을 드러낸다는 건 사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래봐야겠다.’
그는 그날 ‘직진형 인간’을 400명 앞에서 직접 보여주었다.
날것 그대로의 시작을 공개하는 용기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감동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자주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지금 내가 피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두렵고, 어렵고, 걱정된다는 이유로 미뤄두고 있는 선택들이 과연 나를 지켜주고 있는 걸까,
그는 계획이 완벽해서 시작하지 않았다.
두려움이 사라져서 움직인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더 크게, 더 갑자기, 더 직진으로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배워야 할 건 이것인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사라진 뒤에 걷는 법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서도 한 발을 내딛는 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