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정말 다양한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아마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은 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집'에 대해 생각해 보면
예전의 저는 그저 '머무는 곳' 정도로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자라오며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도 잠시 '머물 곳'이었고
얼마 전까진 일하고 돌아오면 아이를 챙기고 다시 일하고..
삶이 너무 빠르게 흐르다 보니 '집'이라는 공간에 제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최근, 삶의 속도가 조금 달라지면서
집을 대하는 제 마음도 함께 달라진 걸 느낍니다.
이제 집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제게 진정한 휴식과 감정을 투영해 낼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거실로 들어오는 순간을 참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따뜻한 느낌을 천천히 음미해 본 지 얼마 안 됐지만,
빛이 바닥에 천천히 번져 나갈 땐
마음속 어딘가 굳어 있던 감정들이 따뜻한 물에 녹는 설탕처럼 사르르 녹아듭니다.
햇살은 특별한 장식이나 멋진 가구가 없는 제 거실에 분위기를 채워주고
공기마저 따스하게 데워줍니다.
늘 같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지만, 제게 느껴지는 빛은 날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다정한 위로처럼,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공간을 좋아합니다.
저는 정돈된 집을 좋아합니다.
정확히는 '정리하고 난 후의 모습'을 좀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물건들을 제자리로 돌려두고
아이 장난감을 정리하고, 깔끔해진 부엌을 보면
공간만 정리된 게 아니라 제 마음도 함께 정돈된 느낌입니다.
집이 어수선했던 날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제 마음도 불안하거나 복잡했던 날이었고,
집을 조금이나마 비운 날은 제 감정도 조금은 가벼워져 있었습니다.
공간은 결국 마음의 모양을 닮는다는 걸 더 느끼는 요즘입니다.
가족과 함께할 때 집은 더 따스합니다.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예상치 못한 한마디로 위로와 사랑을 느낄 때
남편과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거나 하루를 마무리하며 소소한 대화를 나눌 때
그 모든 순간 속에서 저는 엄마이자 아내이고 가족의 한 사람으로 이 '집'에 존재합니다.
때로는 지치고 버거울 때도 있는 '역할'이지만
이 '공간'안에서 그 역할을 온전히 해낼 때 묘하게 안정감과 행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둘이 셋이 되었고,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구나"
그렇게 이 공간은 제게 더 특별한 공간이 되어갑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으로의 '집'도 좋지만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아도 될 때 마주하는 '집'도 참 괜찮은 공간입니다.
일의 책임도, 사회적 역할도, 누군가의 기대도 모두 내려놓고 그냥 '나'로 있을 수 있는 곳.
바쁘게 종종거리며 돌아다니는 날에도 집 문을 닫고 들어오는 순간, 가장 큰 편안함과 여유가 깊게 마음속에 내려앉습니다.
결국, 제가 좋아하는 집의 모습은
대단한 인테리어도 아니고 완벽하게 꾸며진 공간도 아닙니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창
조용히 정리된 거실
가족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잔잔하게 녹아드는 풍경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저에게 가장 편안한 '집의 취향'을 만들어줍니다.
여러분은 어떤 공간에서
가장 위안을 받으시나요?
오늘은 잠시,
여러분의 마음을 편안함으로 채워주는 공간을 떠올려보는 밤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