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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태민 Aug 22. 2023

두 집 살림

22년 9월,


동생이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대구로 잠시 내려온지도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일주일 동안 참 정신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엄마 치료과정에 필요하게 될 서류, 준비물들을 꼼꼼히 챙겼다. 한동안 엄마와 동생이 서울의 좁은 자취방에서 지내야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짐들만 가져가야했고, 대부분은 엄마의 짐들이었다. 점점 비어만 가는 엄마의 방과 점점 채워지는 엄마의 짐들을 보니 조금씩 이별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엄마가 서울로 올라가는날 새벽 아침. 그날은 우리가족 모두가 분주했다. 빠진건 없는지 더 필요한건 없을지 적어놓은 메모를 확인하며 방마다 부산스럽게 움직여댔다. 몸이 아파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엄마는 새벽부터 바쁘게 돌아다니는 우리가 안쓰럽고 미안했는지, 자꾸만 뭘 도우려했다. 별 도움도 안되고 방해만 된다는걸 엄마도 알고 있었지만, 편하게 앉아서 쉬고 있으라는 내 말을 자꾸만 모른척했다. 결국 나도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짜증을 내버리고 말았다.


'엄마 정신없으니까 제발 좀 가만히 앉아있어요.'


분주했지만 조금은 싸한 분위기 속에서, 큰 짐들은 이삿짐 트럭에 실어 먼저 서울로 보냈다. 이제는 진짜 엄마를 보내야 할 순간이었다. 아까 마음에도 없는 짜증을 내었던 게 참 많이 신경쓰였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은 가면서 먹을 간식과 물 몇 병을 챙기고 서울로 갈 채비를 마쳤다.


이제 한동안 엄마와 여동생은 서울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아빠는 나와 대구에서 함께 생활하겠지만, 엄마 진료와 치료 때문에 수시로 서울로 왔다 갔다 할 예정이었다. 엄마는 한동안 못 볼 아들이 벌써부터 그리운지 이미 울고 있었다.


평소에도 워낙 여리고 눈물이 많은 엄마는 역시 그날도 참 서럽게 한동안 울었다. 그 눈물에는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과 무게가 담겨있는 듯 했다. 앞으로 마주할 현실에 대한 무서움과 공포, 가족에 대한 미안함. '왜 하필 내가 암에 걸렸을까'라는 속상함,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한다는 슬픔.


그렇게 엄마는 한동안 집 앞 주차장에서 나를 꼭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셨다. 토닥토닥 등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엄마, 다 괜찮을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우리 걱정은 하지말고 치료 잘 받고 회복 잘 하는것만 신경쓰자 알겠지? 건강한 모습으로 빨리 다시 만나요.' 늘 그래왔듯 듬직한 아들이고 싶었다.


엄마의 눈물이 멈추지 않을 것 같아 보였는지 동생은 엄마를 차에 태워드리고 나에게 얼른 들어가서 출근 준비하라고 이야기했다. 아빠와 동생과도 짧은 인사를 나누고 차가 멀리까지 갈 때까지 손을 크게 흔들었다.


뒤돌아 집으로 올라가는 순간 여태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다. 혹시나 우는 내 모습을 누군가가 볼까봐 고개를 푹 숙이고 집까지 뛰어 들어갔다. 혼자 텅 비어버린 집에 들어가 한참 동안 흐르는 눈물과 함께 엄마의 건강, 가족의 행복을 가슴 깊히 염원했다.


그렇게 그날부터 우리가족의 두 집 살림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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