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짊어진 역할의 무게
네시삼십삼분의 게임〈회색도시 2〉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남는 건
화려한 반전도, 추리의 쾌감도 아니다.
각자가 짊어진
역할의 무게다.
정은창이라는 이름의 역할
정은창은
조폭이다.
폭력의 세계에 발을 담근 인물이고,
법의 바깥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단 하나뿐인 여동생을 지키는 오빠다.
그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나쁜 선택과
덜 나쁜 선택 사이에서
계속 살아간다.
정은창은
선하지 않지만,
비겁하지도 않다.
그는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을
끝까지 안고 가는 인물이다.
권현석, 경찰 이전에 아버지
권현석은
경찰 경감이다.
정의를 집행하는 사람이고,
법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우리는 곧 알게 된다.
그가 가장 먼저 선택하는 건
‘정의’가 아니라
딸이라는 사실을.
그는
딸을 혼자 키운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의 모든 판단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권현석의 선택들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아버지로서의 선택은
언제나 진심이다.
회색도시에 선명한 선은 없다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선과 악을
깔끔하게 나누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각자의 역할이 있다.
조폭으로 살아야 했던 사람,
경찰로 살아야 했던 사람,
기자로, 검사로, 시민으로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
그 누구도
단 하나의 얼굴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 이상의 역할로 살아간다
게임을 하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현실도
회색도시와 다르지 않다는 것.
누군가는
회사원이고,
누군가는
부모이고,
누군가는
꿈을 붙잡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 역할들은
서로 충돌한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회색도시 2〉는
“누가 옳은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이 질문을 남긴다.
“당신이라면
이 역할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정은창처럼,
권현석처럼.
회색은 타협이 아니라
살아남는 색이다
이 도시는
회색이다.
하지만 그 회색은
비겁함의 색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내겠다는 의지의 색이다.
그래서 이 게임은
끝난 뒤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우리 역시
각자의 회색도시를
오늘도 건너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