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 여름밤 축제

어머니와 함께한 밤

by 하얀 오목눈이

해가 완전히 저물 무렵이었다.


마당 위로

어둠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었다.


집 안에서는

구수한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나는 부엌 쪽을 바라봤다.


어머니가 냄비 뚜껑을 열고 있었다.


보글보글.


냄비 안에서

청국장이 끓고 있었다.


구수하고 진한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어머니가 말했다.


“아들.”


“밥 먹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식탁 위에는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따끈한 쌀밥.


청국장.


콩자반.


그리고 두부 조림.


소박하지만

익숙한 집 밥이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어머니도 맞은편에 앉았다.


청국장 냄비에서는

여전히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숟가락으로

국물을 조금 떠먹었다.


구수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나는 작게 말했다.


“…맛있다.”


어머니가 웃었다.


“엄마 청국장 좋아했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밥 위에 두부 조림을 올려

한 숟가락 먹었다.


따뜻한 밥과

짭조름한 두부 맛이 잘 어울렸다.


어머니가 물었다.


“오늘 동네 좀 돌아봤어?”


나는 말했다.


“문방구도 갔다 왔어요.”


어머니가 웃었다.


“아직도 있어?”


“네.”


“아저씨 그대로더라.”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집 오래됐지.”


우리는 천천히

밥을 먹었다.


밖에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조용한 저녁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나는 그릇을 싱크대에 옮겼다.


어머니가 물었다.


“오늘 축제 한다던데.”


나는 돌아봤다.


“아.”


“맞다.”


동네에서

매년 하는 여름 축제였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같이 가요.”


어머니는 잠깐 망설였다.


“엄마가 가도 돼?”


나는 웃었다.


“왜요.”


“같이 가요.”


어머니는 천천히 웃었다.


“그래.”


우리는 집을 나섰다.


마을 길을 따라

사람들이 많이 걸어가고 있었다.


멀리서

불빛들이 보였다.


축제였다.


노점들이 줄지어 있었고

등불이 길 위에 걸려 있었다.


아이들 웃음소리.


사람들 이야기 소리.


여름 밤 공기가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사람 많네.”


나는 웃었다.


“매년 이랬잖아요.”


우리는 천천히

노점 사이를 걸었다.


그러다

사격장이 보였다.


공기총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나는 멈췄다.


어머니가 물었다.


“왜?”


나는 웃었다.


“…저거 해볼게요.”


어머니는 조금 놀랐다.


“사격?”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릴 때 잘했잖아요.”


사격장 아저씨가 말했다.


“해볼래요?”


나는 돈을 내고

총을 받았다.


공기총을 들자

어릴 때 기억이 조금 떠올랐다.


나는 숨을 천천히 고르고

조준했다.


탕.


첫 번째.


풍선이 터졌다.


탕.


두 번째.


탕.


세 번째.


사람들이 조금씩

이쪽을 보고 있었다.


탕.


네 번째.


그리고 마지막.


탕.


다섯 번째 풍선도

정확히 터졌다.


사격장 아저씨가

눈을 크게 떴다.


“이야!”


“대단한데?”


주변에서

작은 박수도 들렸다.


어머니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아들…”


나는 조금 웃었다.


아저씨가 말했다.


“다섯 개면 큰 거 줘야지.”


그는 뒤쪽에서

경품을 꺼냈다.


카세트 비디오 하나.


그리고

최신형 캠코더 카메라.


그리고 작은 카라멜 봉지.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이거 다 가져가.”


나는 놀랐다.


“이렇게 많이요?”


아저씨가 말했다.


“실력이잖아.”


“요즘 이런 사람 잘 없어.”


어머니는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리 아들이야.”


나는 조금 쑥스러웠다.


경품을 들고

사격장을 나왔다.


어머니가 말했다.


“언제 이렇게 잘해졌어?”


나는 웃었다.


“어릴 때 연습 많이 했잖아요.”


우리는 계속

노점을 구경했다.


타코야끼.


동그란 철판 위에서

노릇하게 익고 있었다.


나는 두 개를 샀다.


“엄마 드세요.”


어머니가 웃었다.


“맛있네.”


그 다음에는

야끼소바도 먹었다.


그리고 시원한 빙수도 하나 샀다.


빙수 위에는

달콤한 시럽이 뿌려져 있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시원하다.”


나는 웃었다.


“그러게요.”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축제를 즐겼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금붕어 잡기 노점 앞에 섰다.


작은 종이 뜰채가

물 위에 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이거 해볼게요.”


어머니가 웃었다.


“너 이거 잘했지.”


나는 뜰채를 들었다.


물속에는

금붕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나는 조심히

뜰채를 넣었다.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한 마리.


또 한 마리.


마지막으로 한 마리.


세 마리를 잡았다.


주인이 웃었다.


“오.”


“잘 잡네.”


금붕어 세 마리는

비단잉어처럼 색이 예뻤다.


주인이 작은 봉지에 넣어

건네주었다.


“경품이야.”


나는 웃으며 받았다.


그때였다.


펑—


하늘에서

큰 소리가 울렸다.


사람들이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불꽃놀이였다.


밤하늘 위에서

커다란 불꽃이 터졌다.


빨간색.


파란색.


금빛 불꽃들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나는 어머니 옆에 서 있었다.


어머니는

조용히 불꽃을 보고 있었다.


나는 잠깐

입을 열었다.


“…엄마.”


“응?”


나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나 사실 힘들 때도 많아요.”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 말했다.


“회사에서…”


“사람들 때문에.”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그래도 버티고 있어요.”


불꽃이 또 터졌다.


펑—


하늘이 밝아졌다.


나는 말했다.


“엄마 생각하면…”


“…버틸 수 있어요.”


어머니는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들.”


“…네.”


“엄마는 네가 자랑스러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불꽃이 계속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름 밤.


나는 어머니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히.


아주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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