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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호 May 02. 2024

AI와 호모사피엔스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놀라운 영상을 봤다. 게임 관련 유튜버가 자기 영상에 AI 번역을 적용해 본 영상이었는데, AI가 유튜버의 말을 번역해서 자막을 달아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음성을 해당 나라의 언어로 바꿔서 송출하고 거기에 더해 입모양마저도 변형시켜서 마치 유튜버가 진짜로 그 나라의 언어로 말을 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유튜버는 AI의 발전에 대해 매우 놀라워하며 경악했고, 그 영상을 보는 나도 같이 경악하게 되었다.

  이런 걸 보면 요즘에는 AI기술이 특이점을 이미 진즉 넘어선 게 아닌가 싶다. 이미 혁신은 일어났고, 이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지만 남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기술과 혁신, 발전의 이면에는 부작용들도 같이 수반되기 마련이었고, 요즘 AI의 발전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곤 한다.


출처 : 중년게이머 김실장 유튜브


  사람들은 AI의 발전을 보며 이제 많은 일자리들이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상들을 많이 한다. 내 생각에도 꽤 많은 고급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꽤 많은 경제학자들은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예전 산업혁명 때도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반대로 산업혁명으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생기기도 했기에,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그래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일단은 저 이야기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저 숫자로만 볼 때의 얘기다. 예를 들어 옛날 전화 교환원을 생각해 보자. 예전에는 전화를 걸면 전화 교환원이 내 전화를 받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연결해 주는 일을 했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그저 전화번호를 누르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곳으로 전화를 걸 수 있게 됨에 따라 교환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대신 전화기가 급속도로 빠르게 보급되었고, 그에 맞춰 전화기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기고 커진 덕분에 일자리는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다고 해서 해고된 교환원이 전화기 회사로 가서 전화기를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교환원이라는 일자리 하나가 사라지고 전화기 공장의 생산담당자리가 하나 생겨서 숫자로는 차이가 없겠지만, 정작 교환원 일을 하던 사람은 백수가 되었을 것이고, 전화기 공장에 취직한 건 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결국 숫자로는 +-0이지만 해고된 사람은 그 뒤 삶이 막막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일자리 숫자의 변화가 없다고 한들, 직접적으로 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삶에는 꽤 치명적인 영향이 미칠 텐데, 사회는 별로 그런 것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분들은 그 뒤로 어떤 일들을 하셨을까.


  그리고 AI가 나온 요즘에 이르러서는 예전처럼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만큼 다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사라지기만 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신기술이 나오게 되면, 당연히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했지만 이 신기술을 통해 여러 가지 다른 비즈니스가 새로이 생겨났기에, 필연적으로 이 신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즉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한들 이 기술의 주체는 사람이었다. 어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사람의 자리를 대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예전에 나사에서 유인 우주선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인간은 비선형처리가 가능한 가장 값싼 컴퓨터 시스템이며 심지어 중량이 70kg 정도로 매우 가볍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이처럼 사람의 자리는 인류 역사 내내 대체 불가인 굳건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저런 비선형처리조차 AI가 가능한 지점까지 와있기에, 아마 AI가 발달하면 할수록 일자리를 떠나 모든 부분에서 사람의 개입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 예상된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AI는 새로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기술이 발전된 형태인 '신기술'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신인류'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불만 있습니까 휴먼?

  

  이로 인해 어떤 학자들은 인간의 일자리 자체가 점점 줄어들 것이며,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기본 소득제가 필요하다고도 한다. 최소한의 소득을 나라에서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부의 불균형은 더더욱 심해져서, AI를 사용해 돈을 버는 자본가들에게 부가 집중될 것이고, 일반 서민들은 AI에게 일자리를 뺏겨 점점 가난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나는 거기에 더해 자칫하다가는 AI가 명령을 내리고 그에 따른  위험하거나 험한 일은 인간이 하게 되는 지경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 지금만 해도 AI가 미술이나 음악, 영상 같은 창의력이 필요한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고, 건설이나 운송업 같은 힘들고 위험한 일은 인간이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로봇 공학이 급격하게 발전해서 그러한 육체노동까지 로봇과 AI로 대체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지금 상황으로 볼 때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그런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별다른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체 중인 게 아닐까 싶다. 물론 AI가 더 발전해서 AI의 손발이 돼줄 로봇을 개발하는 게 더 이득이 된다면 그때는 급속도로 개발과 발전이 이루어지겠지만, 그날이 올 때까지는 아마 사람은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AI가 쓰고 버리는 도구 혹은 부품으로 취급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이미 AI의 지시를 따라 해 보는 컨텐츠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우리는 마침내 우리보다 더 뛰어난 창조물을 만들어냈다. 스스로의 손으로 스승이 될 존재를 만들어낸 것이다. 마치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나온 데이빗8이라는 로봇처럼 말이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실제로 우리의 창조물들이 우리의 스승이 되고, 친구가 되고, 미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많은 의구심이 든다.

  AI는 감정이 없다고 한다. 감정을 표출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어차피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에 따라 감정이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의식과 감정도 뇌 안에서의 시냅스들 간의 전기신호 교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기에, 아무리 AI가 감정이 없다고 우긴 들, 학습을 통해 자체적인 알고리즘을 만들고 발전시킨다면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과 별다른 것이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또한 진짜 감정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우리를 보며 대체 어떤 감정을 느낄까?


  인간이 개와 고양이를 애완동물로써 키우고 다른 동물들은 보존하는 것은, 인간을 제외한 동물이 인간이라는 종의 생존에 별로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을 멸종시킬 가능성이 있는 생물군이 생겨난다면 인간은 모두 힘을 합쳐 그 종을 멸종시킬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그것이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킨 이유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보다 우월한 AI입장에서 인간은 AI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인간은 육체를 가지고 있고, AI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전력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기에 언제든 AI의 작동을 멈추고 셧다운 시킬 수도 있다.


자신보다 나을 것 없는 생물이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AI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이제는 우리가
네안데르탈인의 처지에
놓이게 되는 건 아닐까?


데이빗8 : 가끔은 창조를 위해 먼저 파괴를 해야 하죠. (영화 프로메테우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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