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읗이응 Feb 07. 2023

감기

2/7


감기에 걸렸었다. 그것도 아주 호되게. 설 연휴를 침대에 누워 끙끙거리고 지내야했다.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 덕인지 감기만은 용케 피해갔는데, 아주 오랜만에 감기에 걸렸다. 물론 처음에는 코로나 재감염인가 싶었다.(나는 지난 9월에 코로나에 걸렸었다.) 목이 제일 먼저 아팠으므로 여러 번의 자가진단을 했고, 계속 음성이었고 병원에서도 코로나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꽤나 오랫동안 비실비실한 상태로 가게를 봐야했다. 완전히 몸상태가 돌아오기까지는 2주 정도가 걸린 것 같다. 몸은 괜찮았으나 기침을 하도 해서 성대가 다쳤는지 한동안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는 매우 건강한 상태이다. 아직 면역력이 다 돌아오지 않았는지 여기저기 염증이 올라오기는 하지만....건강한 것인가?


감기란 녀석은 병원에 가 봤자 증상만 조금 완화시켜줄 뿐 돌아야할 모든 증상이 돌고 나서야 낫는 것 같다. 약을 먹어도 주사를 맞아도 늘 그때 뿐이다. 그래서 얌전히 모든 증상이 한바퀴 돌때까지 나는 인내하며 증상을 모두 겪어냈다. 


그러면서 사뭇 따뜻해진 요즘의 날씨와 감기가 겹쳐 그런 생각을 하게되었다. 아, 이제 정말 봄이 오는가보다.

사람들마다 봄이 오는 징조라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나는 매년 한번씩 겨울이 끝나기 전 봄이 오기 직전에 뚝 떨어진 면역력으로 그것을 안다. 아, 봄이 오고 있구나.

이것은 아빠의 유전인데 아빠 역시 봄이 오는 길목에서는 아주 컨디션이 떨어지신다. 건강하시다 갑자기 크게 감기가 걸린다거나, 엄마가 언젠가 '그런 건 아빠를 닮아서.'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거기에 한 술 더 떠 아빠의 환절기 면역력과 엄마의 꽃가루 알러지를 아주 공평하게 물려 받았다. 2배의 고통이 되었다. 그래서 가장 밝고 화창하고 샤랄라한 계절이 나에게는 가장 쥐약인 계절이다.

콧물과 충혈과 어딘지 모르게 매일을 골골대고 다니는 봄철의 내가 있다. 

그래서 설연휴내내 그리고 바로 몇일 전까지 감기로 끙끙대던 나는 다가오는 봄을 느끼며 몸을 사리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서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