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7일
현재 내가 운영하고 있는 책방은 공교롭게도 삼면이 통창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도 아니고, 처음 이곳을 하고자 마음을 먹었던 것은 그전까지는 접근성이 좋은 1층 만을 고집하다가 통창에 보이는 충주의 풍경이 너무 예뻐서였다. 그래서 3층이라도 이 풍경이면 다 됐지 하는 마음에 책방을 이곳으로 정했다.
초장에 말했다시피 사진 속 창 말고도 우리 서점은 3면이 통창인데, 스스로 제법 책을 들여놨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부족한 것 같아 책장도 더 들여놓고 개업 후 두 달 동안 정말 열심히 서가를 넓혔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왜 책을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것 같지.라는 생각을 매일 했다.
엄마는 가끔 심심하면, 가게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풍경을 내려보러 가게에 들르신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고, 엄마에게 나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아무리 책을 채워도 채운 것 같지가 않아. 뭘까.라고 물어보는데 엄마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내가 내 준 청귤차를 호로록 마시면서 그랬다.
'창이 보이니까 계속 비어 보이지.'라고. 그 순간에 나는 아! 하고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던 것 같다. 워낙 인테리어에 관심과 조예가 없다 보니, 지금 현재 내 스타일대로 꾸민 책방이 예쁜지 어떤지 감이 오지 않을 때가 더러 있는데 과장 조금 보태서 손님들이 예쁘다고 해주면 정말 예뻐서 해준 소리인가. 인사치레인가. 도 고민할 정도로 자신이 없는데 엄마는 역시 달랐다. 그래서 통유리 가운데 책장 대신에 책상을 두어 책을 진열했는데 보기엔 예쁠지 몰라도 위쪽이 다 통유리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채워 넣어봤자 비어보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책상을 빼고 그 자리에 딱 맞는 책장을 끼워 넣어 창을 한 면 가리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빨리빨리' 대한민국 국민의 상타치의 '빨리빨리' 인간이라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하고자 마음먹은 것은 빨리 해치워야 성이 차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책장을 채우자니 나는 매일 가게를 지켜야 하는 붙박이 책방지기였고, 배송의 가장 큰 난제인 이번주말부터 '구정 연휴'라는 것이다.
어제는 일주일에 하루 있는 연휴였고, 나는 집의 천장 물난리 사태(아, 공사는 무사히 잘 마무리되어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로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 있었고, 말이 난김에 빨리 돌자며 새로운 서가를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사실은 제일 처음에 본 곳이 마음에 들었는데 나의 성격을 아는 엄마가 제에발, 딸 제에발 다른 데랑 비교 좀 해보자.라고 하여 끌려 나왔다. 혼자 뒀으면 아마 첫 가게에서 오케이 하고 시공 일정을 잡았을 것이다.(왜냐하면 첫 가게에서 시공 그거 하루이틀이면 충분해요.라고 하는 빨리빨리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될 달콤한 말을 해서다.) 그래서 어차피 구정연휴고, 조금 더 여유롭게 보자고 나를 다스렸다. (구정연휴라 어차피 도서 유통사들 택배 마감으로 책장이 미리 들어와도 빈책장으로 일주일은 있어야 했으므로...)
오늘 오픈을 하고 서가를 둘러보는데 이미 하기로 마음을 먹어서인지 지금 상태의 서가를 보니 마음이 답답하다. 얼른얼른 서가도 늘리고 책도 늘리고 든든한 마음이 되고 싶은데,
이런 나 이상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