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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냐 Mar 31. 2024

내 친구

외로워도 슬퍼도

내 친구 H는 목소리가 크다, 화내면서도 웃고 웃으면서도 화를 낸다. 손도 무척 맵다. 옆 사람의 등을 때리면서 웃고 때리면서 화낸다.

H는 눈물도 많다. 누가 울면 코가 빨개지도록 따라 울고 목젖이 보이게 웃기라도 하면 또 눈물이 줄줄 흐른다.

맥주는 카스만 마시고 독한 술은 싫어한다.

H는 제가 좋아하는 것만 먹고 싫어하는 건 다른 사람도 먹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H랑 만날 때는 카스맥주를 파는 곳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내 친구 H가 그중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은 날씨 좋은 날 실내에 있는 것이다. 특히 봄가을에는 가만히 있지 못한다.


봄이 왔다, H는 몸살이 났다. 돈을 벌어야 해서 직장에 앉아 있긴 하지만 어디라도 나가야 하는데 갑갑증이 난다. 하루 휴가를 내어 목련이 피었다는 서해 어디 수목원에 가고 싶어 만만한 친구한테 전화를 했더니 벚꽃을 보러 하동에 간다고 선수를 친다.

H는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다. 여기저기서 꽃소식이 들려오고 남들의 카톡 사진이 꽃으로 도배되기 시작한다. 눈물이 난다.  어찌 되건 혼자라도 가겠다고 결심을 하고 휴가를 내었다.

H는 드디어 버스를 타고 태안에 갔다. 옛 직장동료가 식당을 하는 곳이다. 동료의 식당은 바쁘고 짐만 풀어놓고 배를 타고 옆에 있는 작은 섬에 배를 타고 갔다. 사람은 하나도 없고 바다와 하늘은 파랗다. 살 것 같다.


달래 좀 봐


H가 전화를 걸었다.


 여기 달래가 지천이야 뿌리가 마늘만 해

 

날씨 좋다, H야, 여행은 날씨가 반인데 신나겠고만. 나 하동 갔을 땐 내내 날씨가 나빴어, 둘째 날은 하루종일 비가 와서 옷이 다 젖을 정도였어


정말? 하동에 비가 왔어?


H가 깔깔깔 웃는다  아마도 눈에 눈물이 맺혀 있을 거다.

얼마나 고소해하면서 웃는지 혼자만 놀러 간 내 미안함이 싹 씻겨나갔다.

식당일 끝나면 그 친구랑 노을 보이는 곳에 가서 카스 마시기로 했다고 신이 났다.

벌써 H의 가방에는 쑥이며 달래가 잔뜩일 거다.


전화를 끊고 앉아 있는데 카톡이 온다


H 하트 M


백사장에 쓴 글씨다

내 친구 H, 나는 심통 맞은 이 아이가 좋다. H가 돈을 벌지 않고 산으로 들로 놀러만 다녔으면 좋겠다.

H야  다음 달 휴가 내면 내가 카스 잔뜩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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