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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냐 Aug 22. 2024

좋아 좋아 좋아

여름 아이

미역국이 다 끓었다 새벽에 일어나 미역을 불렸다 양지를 삶아 뜨거울 때 쪽쪽 찢어 마늘과 소금 후추를 넣고 무쳤다 마늘과 간장 고춧가루를 넣은 냄비에 하얀 병어 두 마리가 익어간다


에어컨을 켜 놓고 이불을 둘둘 말고 자고 있는 커다란 몸, 수염투성이지만 나의 눈엔 아가인 그 얼굴

순하고 다정한 긴 손가락, 웅크린 등과 까맣게 탄 다리와 흰발바닥


이 아이를 낳던 아침이 기억난다

여름의 더위가 막 수그러지던 때였다 여름 내 깻잎을 쪄서 짭조름하고 향긋한 그걸 그렇게 먹었었다 조기를 마늘과 고추를 넣고 뭉근히 쪄 쫄깃하고 촉촉한 살을 발랐다 손바닥보다 큰 알이 찬 병어를 자주 조렸다 채반에 올려 쪄서 식힌 양배추의 단맛에 홀렸다


그해에는 여름날 더운 부엌에서 그저 굽거나 생으로 먹어도 될 것들을 이상스럽게 불 앞에 서서 그렇게 쪄서 먹곤 했다 보드랍고 달디 단 그것들을 먹고 짐을 챙겨 병원에 갔었다 아이는 하얗고 예뻤다


형이 눈을 찌르고 제 위로 엎어져 눌러도 울음 끝이 짧았다 눈만 마주쳐도 웃고 말을 배우고선 좋다는 말을 노래처럼 중얼거렸다

자주 울던 나는 늘 혼자서도 무언가를 얹고 그리던 이 아이를 돌려 앉히고 물었었다

“좋아요?”

반짝이는 눈으로 아이는 세상에 그런 뻔한 질문이 어딨 냐는 듯 “네!” 하곤 “좋아 좋아 좋아” 멜로디를 만들어 노래를 불렀다 나는 울던 일을 멈출 수 있었고 행복했다

나는 아무 때나 자던 이 아이를 들어 안고 빙글빙글 돌면서 우리의 ”좋아송“ 을 불렀다 영문도 모르고 잠에서 깬 아이는 네 하고는 환하게 웃고 다시 잠들곤 했다


지금도 옆에 누우니 눈을 감은 채로 몸을 돌려 나를 안는다


병어 조리는 냄새가 달다, 여름내 보드라운 것을 먹게 해 주었던 다정한 아이의 생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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