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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lon easy Mar 06. 2022

아픔을 딛고 잡는 희망의 손길

Poipet_Cambodia_2011

학살의 자취


몽골에서 귀국한 후 3일간 재정비하고 캄보디아로 향했다. 충분치 않은 제작 일정과 현지의 사정들을 고려한 효율적인 일정이라고 뿌듯해했었지만 무리한 계획이긴 했다. 하지만 여독으로 인한 피로보다 더 몸과 마음을 무겁게 눌렀던 건 캄보디아로 향하기 전 들여다본 자료 속의 먹먹함이었다. 영화 <킬링필드>로 많이 알려진, 크메르루즈 정권에 의해 인구의 1/3이 학살된 현대사와 그 트라우마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캄보디아 국민들의 아픔을 마주해야 했다. 현지에서 방문한 마을마다 있는 사원에는 그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있었고 유골 탑은 섬뜩하기보단 안타까움과 슬픔을 자아냈고 억울함을 머금은 표정에 발길을 붙들리곤 했다.


국경도시 뽀이뻿(Poipet)


뽀이뻿은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 출입소가 있는 도시다. 때문에 양국 간의 국경무역이 활발하고 태국에선 금지된 카지노가 있어 경제가 활성화된 곳이지만 국경에 있는 몇몇 큰 건물에서만 번화함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주민들의 삶은 가난을 면치 못하는 시골 마을이다. 그곳에서 청소년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살레시오회 신부님을 만나러 왔다. 항상 웃음 짓는 순수한 강종명 신부님. 이곳의 역사와 환경, 날씨 등으로 바삭했던 첫 마음을 두 주 동안 함께하며 촉촉하게 만들어준 분이다.  

국경의 택시와 태국으로 코코넛을 내다파는 상인

돈보스코 센터


이 시골마을의 랜드마크가 된 돈보스코 센터. 가난해서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초등학교 과정을 운영하고 청년들의 사회생활을 돕고자 기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태석 신부님이 남수단 톤즈에서 그랬듯이 살레시오회는 그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센터를 세우고 교육기관을 운영한다. 불우한 환경에 놓이거나 가난 때문에 학업의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찾아 그들과 함께 살며 희망을 일군다. 우리나라에도 전쟁 후 어려웠던 시절에 외국의 살레지안들이 들어와서 꿈을 잃은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어 왔다. 강신부님도 그 청소년 중 한 명이었다. 당신이 받은 사랑과 기회를 나누고 싶어서 선택한 삶이었고 지금 캄보디아에서 든든한 큰형처럼 많은 아이들에게 빛이 되고 있다.

뽀이뻿 돈보스코 센터
강종명 신부님과 아이들

센터 한쪽엔 물웅덩이가 있다. 이렇게 자주 신부님과 직업학교 기숙사의 아이들이 수영도 하고 함께 물고기도 잡는다. 처음엔 저 고여있고 탁한 물에서 수영을 하다니…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이해가 되었다. 도착 후 3일 내내 햇볕 쨍쨍, 기온은 40도에 육박하고 습도는 거의 100%인 듯…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앞에 물이 있는데 안 뛰어들기 쉽지 않은 날씨였다. 일하러 온 게 아니라면 같이 들어갔을 거다. 이 몸을 감싸고 착즙하듯 괴롭히는 진 빠지는 날씨를 피할 수 있는 곳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밤에도 습하고 땀 줄줄 흐르는 숙소엔 심지어 온갖 벌레들이 습격을 해와서 내 몸을 겨우 감싸는 모기장 속에서 불면의 밤을 여러 날 보내야 했다. 우리나라가 참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투망으로. 신부님과 친구들이 메기를 잔뜩 잡았다. 저녁은 메기 매운탕이었다. ㅎㅎ

그물로 잡은 메기

칠드런 펀드


이곳 돈보스코 학교에 등록해서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아이들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마을들을 찾아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한 수많은 아이들과 가정을 만나면서 생각하게 된 ‘칠드런 펀드’.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지역별로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장학금과 생계비를 지원하고 생필품을 나눠준다. 단지 물질적인 혜택을 주는 데 머물지 않고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게임도 하고 친교를 나누며 부끄러운 수혜의 시간이 아닌 기쁨을 나누는 만남으로 만든다.

칠드런 펀드(Children Fund)

마을 방문


숲 속 마을을 찾았다. 재학생 가정방문과 초등학교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해 학교 선생님들과 주기적으로 시간을 내어 나선다. 무상으로 양질의 교육을 하기 때문에 정원보다 몇 배나 많은 아이들이 신청한다. 더 가난하고 더 교육이 간절한 아이들을 찾기 위해 며칠에 걸쳐 일일이 산속 움막집들을 방문한다. 한집 한집 방문하다보면 그곳엔 아이들의 이야기만 있지 않다. 이들의 삶과 한, 현실의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고 한동안 눌러앉아 공감하다 보면 시간이 훅 가버리기 일쑤다. 서두르지 않고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는다. 신부님, 선생님들, 아이들, 가족들 모두 마음을 나누고 위로하고 위로받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삶의 기쁨과 의미의 씨앗이 될 사랑이라는 작은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장면을 따뜻하게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중학교 건립 행사


초등학교 과정 이후 여전히 어려운 교육 문제 때문에 주민들이 중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계속 요구해왔다고 한다. 인원도 자원도 엄청나게 필요한 일이어서 고민을 하던 신부님에게 기적처럼 도움의 손길이 연결되고 1년여의 준비를 통해 중학교 건립행사를 갖게 되었다. 무상교육을 하는 중학교 설립은 뽀이뻿의 큰 축제였고 돈보스코 센터는 초등학교, 중학교, 기술학교를 갖춘 대규모 무상교육기관이 되었다.

중학교 건립식과 직업학교 아이들의 축하공연

살라마떼


뽀이뻿에 가톨릭이 운영하는 또 하나의 교육기관이 있다. 외국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유치원. 자주 교류하며 서로 일을 돕고 있고 이날 유치원 행사에 초대된 신부님과 돈보스코 센터 봉사자들은 흔쾌히 함께 했다. 아이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내내 미소를 거두지 못했다. 맑고 순수하고 예쁜 캄보디아 아이들의 모습이 내내 기억에서 떠나지 않았다.

[특별기획 미션]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한 사진

뽀이펫 시장


일정의 막바지에 시장 나들이를 했다. 시원한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시장 구경도 하며 카메라를 내려놓고 편한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 이곳에 오면 꼭 먹어보라던 개구리도 시켜서 먹었다. 어릴 적 동네 뒷산에서 친구들과 잡아 구워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맛있었다.


앙코르와트(Angkor Wat), 톤레삽(Tonle Sap)


떠나는 날, 씨엠립 공항 가는 길에 앙코르와트와 톤레삽 호수를 들렀다 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언제 또 와보겠냐며 캄보디아의 유명 관광지는 짧게라도 보고 가라고 강요하셨다. 못 이기는 척 새벽 일찍 강신부님과 정든 센터 직원들과 작별을 하고 앙코르와트로 향했다. 전날 진했던 환송식의 숙취를 꾹! 누르고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렀다.

도착한 앙코르와트 입구엔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일출을 보거나 찍기 위해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두꺼운 구름에 가려 보지못한 장관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서 구석구석 다니며 만난 엄청난 유적은 독특하고 신비로웠다. 영적인 기운과 켜켜이 쌓인 역사와 이야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나중에 시간을 충분히 갖고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곳이 또 추가되었다.

앙코르와트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 [툼레이더] 배경으로 유명한 따프롬 사원

캄보디아에는 엄청난 크기의 톤레삽 호수가 있다. 이곳에서 잡히는 물고기가 전 세계 3위 규모일 만큼 크고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라고 한다. 이 호수에서 물 위에 집을 지어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밀림의 마을을 방문한 얕은 경험으로 오히려 물 위에서 사는 게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온갖 해충과 항상 진창이 되어 이동하기 힘든 산속보다는 물 위가 더 쾌적해 보였다. 배를 타고 시원하게 달려 Kampong Phluk이라는 수상가옥 마을을 돌아보았다. 주민들은 많은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는 것에 익숙해 보였고 우리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그들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가까이 가거나 삶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의를 잘 지키며 물 위를 스쳐지나갔다. 항상 독특하고 신기한 삶의 방식은 생각과 마음을 집중시킨다. 생존을 위해 선택한 수많은 방법들의 이유와 의미를 생각하고 발견하다 보면 다름 안에 숨은 동질성으로 인해 그 삶들이 사랑스러워지곤 한다.   


더불어 캄보디아를 설명할 두 곳의 풍경을 영상에 잘 담아 이 아름다운 나라를 떠났다.  

톤레삽 호수와 수상가옥


https://youtu.be/DEeYDqfyAbs

[특별기획 미션] 11화 캄보디아 강종명 신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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