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쇼미 11 결승을 안 본 이유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가 무슨 의미?
육아를 하면서도 나름 열심히 챙겨보는 프로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쇼미 더머니이다. 폭망 시즌이라 여겨졌던 쇼미 8 이후로 쇼미 9,10은 정말 재미있게 잘 챙겨봤다. 특히 '회전목마'는 가르치는 초등학생들도 너무 좋아해서 리코더, 칼림바 등의 악기 지도에도 잘 활용했던 기억이 있다. 올해도 쇼미 11을 꾸준히 챙겨보았다. 아니 챙겨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거 같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의 반이라 함은 반복되는 트랩과 드릴의 진부함, 디스 전이라 해도 전혀 디스가 안 되는 디스전, 돈 안 되는 컨셔스나 '한국힙합'에 대한 논의 따위를 랩에 발산하지 않는 트랙들의 향연과 맞서 싸워가며 쇼미를 시청한 나 자신을 말하는 것이요 타의 반이라 함은 11시까지 잠들지 않는 우리 아가들을 재우는 게 우선이었음일지니라.
세미파이널 무대도 이러한 영향으로 클립으로 시청했다. 화려한 피처링진에 쇼미특성상 세미파이널까지 올라온 래퍼들의 무대 퀄리티는 늘
수준 이상이었기에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거였다. 크게 문제 될 거 없었다는 것.
시청을 마치고 파이널 진출자 4명이 가려지자
결론이 내려졌다.
'결승 안 봐도 되겠다 이 정도면'
쇼미 더머니를 나름 꾸준히 지켜본 애청자로서 조심스럽게 다음 시즌 제작이 필연적이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시즌이었다. 총평이랄 것도 없고 평론가의 시선도 아닌
일반 대중들도 이번 시즌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힙합 팬으로서 힙합이 장르 이상으로 대중적이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거대한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너무 반가운 일이다. 가끔은 '한국힙합'에 대한 담론을 논하던 클래식함이 그립다. 돈이 절대 안 되기에 쇼미에선 나올 일이 없겠지만. 문화는 돌고 돌기에 한 번쯤은 더 그런 사이클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듀, 2022. 아듀, Show me the 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