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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음식 = 엄마카세

추석에 먹는 음식 모두 엄마의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지

by 홍윤표

오마카세가 MZ세대들 사이에서 큰 유행이라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한 끼에 10만 원을 상회할 정도로 고급진 음식이라던데 알고 보니 음식 이름이 아니었다. 주방장 특선음식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운데 그야말로 조리하는 사람이 엄선된 재료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대접하는 형태를 '오마카세'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자매품으로 할머니카세, 엄마카세, 주마카세 등의 여러 가지 버전으로 활용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문득 그러고 보면 명절음식이야말로 진정한 오마카세가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명절음식이야말로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음식 투성이다. 특히 요리하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잡채'만큼 가성비가 떨어지는 음식이 없다. 재료 손질부터 고기, 야채를 채 치고 볶는 과정, 면을 따로 삶아 식힌 뒤 면과 재료의 양념이 따로 놀지 않도록 조화를 갖춰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한 음식이 바로 잡채이다. 그러나 그런 수고에 비해 요즘 MZ세대들에게 선호받지 않은 슬픈 비운의 음식. 그러나 만든 사람의 정성이 깃들어있기에 한 젓가락 예의상 먹어보면 나름대로 고소하고 맛있다. 어쩌면 오마카세보다 온, 습도에 예민한 음식이 잡채일지도 모른다.

자식들 먹기 불편할까 봐 굴비를 일일이 손으로 뜯어먹기 좋은 크기로 발라놓는 일. 맛있는 새우장을 자식들이 일일이 까서 먹기 불편하니 껍질 하나하나 손으로 뜯어 제공하는 일. 호박전, 육전이 식으면 맛이 없을까 봐 약불로 계속 팬에 달군 다음 가장 나중에 식탁에 올리는 일. 어느 김치를 좋아할지 모르겠어서 총각김치, 배추김치, 무생채, 겉절이 등 가지각색의 김치를 접시 가득하니 올려놓는 일. 명절음식은 그야말로 엄마카세가 따로 없다.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가게는 없다. 오직 우리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광경인 셈.

덩달아 우리 아들, 딸도 명절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은 음식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는 할머니의 숨은 배려 덕분일 것이다. 모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오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푹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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