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어디'가 아니라 '함께'란다.
『집 없는 달팽이』를 받아 드니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속에 나왔던 '집' 들이 떠오른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질리지가 않았던 『아기 돼지 삼 형제』속 초가집, 나무집, 벽돌집. 책 속의 집이 너무 감명 깊어 초등학교 겨울 방학 숙제로 친구들과 만들었던『헨젤과 그레텔』작품 속 과자집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집 없는 달팽이』의 주인공 달팽이는 제목 그대로 집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민달팽이다. 수십 년 전, 동화책 속 '집'의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감복했던 소년은 이제 어른이 되어 '무주택자' 신세인 달팽이의 처지가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집 구하기 힘들지. 나도 알아.
다른 것도 아니고 집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 재니까 없이 살 수도 없고.'
민달팽이의 이름은 '달파니'이다. 달파니는 다른 친구들은 모두 집을 갖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며 '왜 나는 이런 모습일까?'라는 깊은 의문을 갖는다. 친구들이 저마다 알록달록하고 튼튼한 집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자신을 뽐낼 때 달파니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뭇잎 위나 돌 위에서 잠을 자며 생활하는 '달파니'는 집을 가진 친구들의 모습을 동경하며 '집이 있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달파니'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막연한 비교보다 직접 '집'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해결책을 모색하는 '달파니'의 모습에 개인적으로 무한한 응원을 보냈다.
그렇게 집을 찾아 떠난 '달파니'. 자신에게 어울릴까 안아봤던 솔방울은 너무 따갑고 예뻐서 가져온 꽃잎은 한 줌 바람에 너무도 쉽게 날아가버린다. 그러던 중에 나뭇잎 위에 동글동글하고 반짝이는 것이 있어 살짝 만져보니 작은 무당벌레 한 마리였다. 무당벌레는 몸이 말라서 움직이지 못하다가 달파니의 손길에 기운을 차리게 되었다. 무당벌레 '버니'는 자신을 도와준 달파니를 위해 함께 집을 찾아 나서 주기로 한다. 모험에 있어 동료가 생겼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힘이 되는 것을 일깨우는 순간이다.
모험을 떠난 지 꽤 오래되어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한 '버니'와 '달파니'. 때마침 내린 비에 황급히 나뭇잎 밑으로 몸을 숨긴다. 그렇게 비를 피하다 보니 '버니'와 '달파니'는 어느새 서로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고 서로 함께 있는 순간이 그저 제 집처럼 포근하기만 하다. 남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보다 슬기롭게 극복하기로 한 '달파니'에게서 우리는 세상을 마주하는 시각과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끊임없는 비교와 그로 인한 감정 소모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데 걸림돌이 되며 이러한 세태는 특정 계층과 세대를 거론할 여지없이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를 갉아먹는 요즘. '버니'와 '달파니'가 제시하는 '함께'의 가치에 대해 돌아볼 수 있어 내적인 평안이 가슴 깊이 자리 잡는 시간이었다. 집이란 것은 나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안식처이자 더불어 내일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버니'와 '달파니'가 서로에게 휴식 같은 친구임을 바탕으로 이 글을 읽는 어린이들이 내면의 따뜻한 마음과 울림을 가슴속에 가득 품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