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마이 유아차

그동안 우리 아이들의 두 발이 되어 줘서 고마웠어

by 홍윤표

2026년부로 우리 아이들은 모두 '유치원'생이 되었습니다. 첫째인 아들은 7세 반 최고 형님 반 중 하나인 '소망반'으로, 둘째인 딸은 5세 유치원 막내 반 중 '구름반'에서 생활을 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함과 동시에 한 가지 안타까운 이별을 고할 순간이 왔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타고 다녔던 유아차를 분리수거장에 내놓고 처분한 것인데요. 15개월 터울 밖에 안되어 아이들이 모두 유아차가 필요할 시기에 당○마켓으로 구매하여 아주 유용하게 잘 썼던 유아차가 이제는 수명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대로 수용할 수 있는 무게가 25kg 남짓인데 첫째만 해도 20kg가 거의 다 되었으니 정말 최대한 쓸 만큼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유아차 하나 버리는 것일 뿐인데도 그동안 아이들과 유아차를 끌고 함께 다녔던 곳이 많아 그런지 가슴 한편이 뭉클했습니다. 유아차를 가지고 청와대도 다녀왔고 제가 출간한 육아에세이『전지적 아빠 육아 시점』이 교보문고 잠실점에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받고 방문하기도 했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제일 대단했다고 느껴졌던 점은 해외에서도 이 유아차를 타고 잘 놀다 왔다는 점입니다. 비행기에 더블 유아차를 잘 싣고 홍콩의 울퉁불퉁한 도로 여기저기를 다니면서도 불평 한번 없이 심지어 낮잠까지 쿨쿨 자면서 여행을 갔다 왔으니 말 다했죠. 덕분에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디즈니월드에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추억이 깃든 유아차죠.

그동안 바퀴가 문제 있을 때마다 자전거 수리점에도 가보고, 개인적으로 WD-40을 뿌려가면서 최대한 쓸 수 있는 만큼 유아차를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유아차 밑의 수납공간도 충분해서 아이들 유아차 산책하면서 잠들 때 급하게 생필품을 사서 담아 온 적도 숱하게 많았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를 대비해 각종 방한, 방수 용품을 가지고 다니기에도 상당히 용이했죠. 제가 유아차를 접고 펴며 휴대하는 담당이었기에 아마 저희 집에서 유아차를 가장 능숙하게 다루고 추억도 많은 사람이 저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분리수거장에 유아차를 내놓고도 사진을 찍어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사진에는 담겨 있지 않지만 이제 저희 둘째가 유치원생이 된 기념으로 '낮잠 이불'도 분리수거장에 내놓았습니다. 왜냐하면 어린이집에는 '낮잠'시간이 있었지만 유치원에는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런지 요 며칠 동안 하원하고 돌아온 둘째의 눈이 퀭해 보입니다. 아침에 오빠보다 더 일찍 잘 일어났었는데 3월이 되니 7시가 넘어서도 일어나기 힘들어하고요. 3월 새 학기, 교사로서도 아빠로서도 많아진 변화에 조금은 머리가 복잡하고 아이들에게 손도 많이 갑니다. 아이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잘 적응했듯이 저도 그에 발맞춰 슬기롭게 이 시기를 지내보렵니다.

구름이와 소망이의 유치원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