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만에 갑자기 여름 온 거 실화임?
저희 집은 산 바로 아래 있는지라 다른 지역에 비해서 공기가 차갑습니다. 진짜 몇 미터 위가 아니라 수십 미터 위이다 보니 아랫동네는 벚꽃이 이미 만개한 후 초록색으로 바뀌었는데 저희 집은 이제 활짝 피기 시작했거든요. 안 그래도 주말 직전 날씨가 우중충하고 스산하기만 해서 올해 벚꽃은 여기까지 인가 보다 했는데 다행히도 주말에 만끽할 시간을 한 번 더 주더라고요. 별 거 없이 그냥 동네 앞 마실만 살짝 다녀와도 벚꽃 나들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이들도 저도 모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본인들도 꽃이 예쁘다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하더라고요.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이 자랐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7살 구름이는 봄꽃을 직접 탐색하고 관련 자료를 종합해 꾸미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특히 봉선화 씨앗을 직접 심어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더불어 식물의 성장 과정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봄꽃 핸드폰 만들기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함께 만드는 수업도 하였고요. 날씨가 하루 좋지 않았던 평일에는 대체 활동으로 나비 팀과 벌 팀으로 나누어 봄꽃에서 꿀을 모아 오는 놀이를 하였습니다. 순발력과 협동심을 기르면서 나비와 벌의 소중함까지 함께 일깨워볼 수 있었다고 하니 꽤나 재미있고 유익한 활동이었을 것 같네요.
5살 구름이는 이번 주에 나비의 한살이에 대해서 배우고 직접 나비 책을 만드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만 5살 정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지개색' 아니겠습니까. 구름이는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가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살펴보고 휘황찬란한 무지갯빛을 내는 나비 무늬를 꾸며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생명의 변화와 소중함을 상기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활동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한글 공부 시간에는 'ㅂ'글자를 배워보고, 블록을 활용해 글자의 모양을 스스로 구성해 보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본인 이름에는 'ㅂ'이 없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다소 애먹었지만 '사다리' 모양과 연관 지어 나름 기억하려는 모습이 대견하고 멋지더라고요. 틈틈이 집에서도 한글 교육을 꾸준히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주 소망이와 구름이는 유독 아빠가 차려준 저녁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아침밥이야 아빠 차를 타고 등원하니까 늘 아빠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지만 저녁은 늘 그렇진 않았거든요. 이유인즉슨, 엄마가 다가오는 학부모공개수업을 준비하시느라 바빴기 때문이죠. 게다가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다 보니 그 부담은 조금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공개수업은 모든 학부모님께서 참석하심은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복도에서 창문 너머로 우리 손주들 모습을 지켜보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죠. 오랜만에 일명 '냉털'해서 카레돈가스도 해주고 해물완자, 만두, 소시지도 구워줬는데 잘 먹어줘서 아빠는 그저 감사했던 요즈음이었습니다. 그럼 그걸로 됐죠 뭐.
다음 주는 우리 소망이와 구름이가 봄 소풍을 떠난다고 해서 이미 장을 봐 둔 김밥 재료들로 냉장고가 가득합니다. 와이프랑 새벽부터 일어나서 함께 김밥을 싸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겠네요. 벌써부터 기대되고 설렙니다. 이 맛에 아빠 노릇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한낮에는 26~7도까지 올라가는 초여름 날씨가 예상되는 만큼 의상에도 신경을 단단히 써야 할 것 같네요. 지난주에 들었던 봄 오는 소리가 올해의 마지막이었을 것 같습니다.
구름이와 소망이의 유치원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