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 요아정에 대하여
요아정. 요거트아이스크림의정식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파는 디저트 매장으로 배달 어플을 중심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늦은 저녁 배달 어플에 들어가면 항상 검색어 순위권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름마저도 생소한 요아정, 대체 어떻게 말마따다 정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을까
확실히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핫플도, 대학가도, 뭣도 아닌 서울 변두리 동네인 우리 집 근처에도 생긴 걸 보면 정말 널리 퍼졌다. 그래서 나도 먹어봤다. 배달 어플들의 치열한 경쟁 덕에 배달비도 무료였고 집 근처에 생겼다고 해서 친히 배달을 시켜봤다.
구조는 참 단순하다. 기본 베이스가 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과일, 시리얼, 각종 소스와 꿀 같은 다양한 토핑을 마음껏 골라 담으면 된다. 나는 벌집이 통으로 들어간 벌꿀과 딸기, 초코링으로 토핑을 했다. 맛이 없을리가 없었다. 시원하고 상큼한 요거트에 다디단 토핑은 입에서 즐겁게 뛰어놀았다. 하지만 반대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심지어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에 각종 토핑을 얹는 포맷마저도 이미 한참 전에 나왔다.
요즘 시장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성장하는 브랜드는 필경 몇 가지의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SNS와 인플루언서는 가장 확실하고 또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되어준다. 몇몇 연예인들과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먼저 먹기 시작하면서 온라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인물들은 대게 건강과 다이어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었기에 요거트라는 키워드와 아주 잘 맞았다.
해당 인물들을 팔로우하는 소비자들은 요아정이라는 브랜드를 인지하였고 마라탕후루를 필두로 한 해로운 MZ푸드에 대척점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요거트함께 건강을 표방하고 있으니까. 실제로 먹었을 때 혈당 스파이크가 올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토핑들이 첨가되긴 했지만 시원하고, 새콤하고 건강한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맛은 적어도 죄책감을 덜게는 해주었다.
아마 단순히 요거트 아이스크림이었다면 요아정의 열풍은 이것보다 더 짧았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요아정의 가장 큰 특징은 커스터마이징에 있다. 기본이 되는 아이스크림 위에 과일, 꿀, 각종 소스와 시리얼을 추가하고 심지어는 초코 코팅을 씌울 수도 있다. 토핑의 종류와 양에 따라 수백 가지의 레시피가 소비자에 의해 탄생하고 또 SNS를 타서 홍보되었다.
인플루언서들이 요아정을 소개하면서 OOO의 레시피, ㅁㅁㅁ의 레시피 등 영향력 있는 이들이 조합해 먹는 레시피가 공식처럼 자리 잡았으며 요아정은 이를 놓치지 않고 마케팅에 적극 반영하기도 했다. 인플루언서에 의해 유입되어 그들의 레시피를 따라먹어보고 점차 취향을 반영하여 자신만의 레시피를 정립해 나가는 것. 레시피는 여러 망을 통해 퍼져나 갔으며 그 과정에서 지속적인 소비가 이뤄졌다.
골라먹는 재미. 참 진부하지만 적절한 표현이다. 하지만 요즘은 재미에 머무르지 않고 레시피 하나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내고 있다. '나'에 대한 브랜딩이 유행하면서 입는 것, 쓰는 것은 물론이고 먹는 것에도 나만의 무언가를 찾기 위한 행위는 계속되었다. 어쩌면 외식업에 도입된 커스터마이징은 요즘 소비자들의 그러한 욕구를 잘 공략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개성이라 불러도 무방한 그것들이 나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타인에게도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소비자들의 속마음은 지금의 요아정을 있게 만들었다.
내 취향대로 먹는 것. 가장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다. 하지만 외식은 그런 내 본능과 욕구를 때로는 제한한다. 대중의 입맛을 맞추고 합리적인 가격대 형성을 위해 결국은 들어가는 재료와 조리방식은 통일된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우리의 취향은 우리를 유별난 사람으로 만든다. 그냥 다 먹는 것 먹고, 주문을 통일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였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유독 별난 것이 아니다. 취향이자 입맛일 뿐 악의는 없는 것이다. 요아정과 최근 유행한 많은 외식 트렌드는 바로 여기서 출발했다.
소스와 내용물, 심지어 빵까지 골라 먹을 수 있는 서브웨이는 한국에서 참 낯설었다. 그래도 그 낯섦이 서브웨이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주문이 어렵기로 정평이 났지만 그 매력에 많은 이들이 이끌렸다. 마라탕도 화하고 매콤한 마라와 함께 내가 먹고 싶은 재료를 골라서 맵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자유도도 인기의 한몫을 했다. 아이스티에 샷을 추가해 마시는 아샷추도 카페에서 커스텀 음료가 인기를 끌면서 발견되었고 '0샷추' 열풍의 시초가 되었다.
정해진 길도 좋지만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설렘을 준다.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가 심해지고 있다는 소리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로부터 들어왔다. 그 개인주의가 드디어 입맛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집단의 입맛에 내가 맞추기보단 내가 내 입맛대로 먹는 것이 흔해지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먹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에 꿀을 얹을지, 과일을 얹을지 즐겁게 고민하는 것은 이 때문이지 않을까?
SNS로 뜬 만큼 얼마나 요아정이 얼마나 긴 수명을 가질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렇게 급속도로 유명세를 얻고 불꽃같은 삶을 살다 사라진 트렌드가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아직도 밤만 되면 기라성 같은 디저트 브랜드를 누르고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것이나, 한적한 주택가인 우리 집 근처에 입점하는 것 등을 보면 아직은 식을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록 인플루언서의 언급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그것은 마중물이었을 뿐 요거트, 웰빙, 커스터마이징 등 요아정은 요즘 트렌드에 부합했기에 널리 퍼질 수 있었다. 나는 특히 커스터마이징에 자꾸 눈길이 간다. 주문이 어렵고 난잡스러우며 MZ음식이라고 불리는 아샷추, 마라탕 등의 공통 키워드는 커스텀이며 요아정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안에서 고객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은 이제 어색한 개념이 아니다.
먹고 있는 음식 하나에도 '나'를 담는 것은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이것을 개인주의, 사회 변화와 엮는 것은 너무 섣부른 것일지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개인화된 식습관과 문화에서 온것라고 나는 생각한다.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개인화되고 있는 시대에서 마침내 우리의 혀마저도 커스텀 단계에 도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