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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Aug 12. 2024

왕좌에 오른 성심당

성심당이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하여

  성심당의 첫인상


  성심당과의 첫 만남은 초등학생이었던 것 같다. 대전 근처로 출장을 다녀온 아빠 손에는 성심당의 시그니처인 튀김소보루와 부추빵이 들려 있었다. 지금과 같은 인기는 아니었지만 당시에도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명소였다. 그렇지만 한 두 입 먹었나? 소시지빵과 피자빵이 제일 좋을 나이인 초등학생에게 단팥과 야채가 들어간 빵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게 성심당은 가끔 출장을 가던 아빠 손에 들려있는 빵을 파는 빵집, 딱 그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성심당을 꽤 자주 접한 편이다. 본가가 대전 근처로 이사 가는 바람에 대전역엘 자주 갔고 대전역 성심당을 종종 들렀다. 이제는 부추빵이 입에 맞을 나이였고 선물용으로도 참 좋았다. 그러나 딱 그 정도였다. 시간이 있으면 들리는 환승 지역의 명소. 대전의 상징이자 유일한 관광지. 모든 대전 광광의 종착점이자 시작점.  


  대전 제일의 관광명소였으나 그것은 대전을 들렀을 때 가봐야 할 곳이었지 성심당을 위해 대전을 방문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성심당은 오픈런을 해야 한다. 성심당을 위해 대전을 찾는다. 대전 제1의 랜드마크이자 관광명소가 되었다. 관광지가 성심당 밖에 없다고 놀림을 받던 대전은 이제 반대로 성심당을 보유한 축복의 도시가 되었다.  



  전국 3대 빵집을 아시나요?


  흔히들 전국 3대 빵집으로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 안동의 맘모스제과를 뽑는다. 줄 세우기와 최고를 가리는 것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우리답게 빵집에도 순위와 순서를 매겼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뽑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각종 매스컴과 매체에서 이를 널리 활용했고 지금까지도 3대 빵집으로 인식되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파급력이 큰 것 같다.


  3대 빵집이라는 타이틀은 성심당을 대전을 넘어 전국구급 빵집으로 알리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맛과 가격, 수많은 스토리가 있지만 결국 가장 쉽고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는 '3대 빵집'이란 타이틀이었다. 지금은 성심당의 인지도가 압도적이지만 근 몇 년 사이에 이 정도의 유명세를 타기 전까진 앞서 말한 빵집들과 3대 빵집으로 묶여 소개되는 경우가 잦았고 이것만으로도 마케팅 효과는 컸을 것이다.      

  


  영원히 대전


  대전 이외의 지역에 점포를 열지 않는다는 성심당의 신조는 유명하다. 대전의 지역발전을 위해 대전광역시에서만 성심당을 만나볼 수 있는 탓에 우리는 더 성심당에 열광하는지 모른다. 이른바 베이커리계의 한정판으로 대전 근처를 지나는 우리의 구매욕을 살살 자극한다. 대전이라는 제한된 구매장소로 인해 성심당의 브랜드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만약 성심당이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였다면? 3대 빵집으로 인식된 후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전국에 점포를 냈다면? 어디서나 손쉽게 성심당의 빵을 먹을 수 있었겠지만 체인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문제점도 함께 끌어안았을 확률이 높다. 대전 안에서는 적수가 없었겠지만 결국 기존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와 직접적인 경쟁을 했을 것이고 우리가 아는 성심당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커지는 규모 속에서 성심당이 가진 최대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다못해 거점 도시들에 소수의 직영점을 개점하는 방식으로 확장했다고 해도 '오직 대전'이 주는 장점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가격과 맛, 브랜드 스토리와 상징성 등등. 결국 역설적으로 적당히 가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이 성심당에게는 장점이 되었다.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어려운


  3대 빵집? 대전이 가지는 희소성? 사실 이런 것은 부수적인 이유다. 우리가 성심당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과 맛이다. 근 몇 년간 성심당이 더 큰 도약을 한 것은 과일을 잔뜩 때려 넣고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 중인 '시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물론 시루 이전부터도 준수한 맛과 함께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 중인 다른 빵으로 유명했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이유다.


  유독 한국은 빵이 비싼 나라인데 프랜차이즈에서 빵 두세 개를 담으면 만원이 훌쩍 넘는 것은 예삿일이. 하지만 성심당에서는 조금 다르다. 큼직한 빵을 수북하게 담아도 이만 원 정도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가격으로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성심당에서만큼은 빵 가격으로 진땀을 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은 성심당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맛있다. 맛이 준수하다. 몇몇 제품은 놀랄 정도로 맛있다. 게다가 시그니처 메뉴 하나에 의존하지 않는다. 성심당 불후의 베스트셀러는 튀김소보루와 부추빵이지만 그것에 버금가는 트렌디한 메뉴들로 20~30대 소비자를 붙잡았다. 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시루부터 명란바게트, 잠봉뵈르, 소금빵, 야끼소바빵 등 놀라울 정도로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시루나 튀김소보루, 부추빵을 사러 갔다가 다른 빵에 영업당하기 일쑤다.



  골리앗 같은 다윗  


  이외에도 성심당의 성공에는 많은 이유들이 따라붙는다. 창업 때부터 이어져 온 선한 영향력과 세심한 고객 서비스 역시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형 프랜차이즈들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는 사실도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전체적인 자본과 매출의 규모가 다르다지만 다윗이 골리앗을 기어이 이겼다.


  최근에 성심당 본점을 오랜만에 갔었는데 평일 한여름이었음에도 끝없는 줄을 보면서 왜 성심당이 그 정도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는지 몸소 체감했다. 몇 안 되는 모든 점포마다 사람이 미친 듯이 많았고 사람들은 기꺼이 줄을 섰다. 프랜차이즈가 전국에 빵집을 깔아 놓았다면 성심당은 전국의 소비자를 대전으로 불러들인 셈이다.


  한동안, 아니 어쩌면 오랫동안 대전의 상징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동네 빵집의 신화로, 골리앗에 대항하는 다윗으로, 영원한 빵지 순례의 성지일 것만 같다. 오랜만에 먹은 성심당의 빵은 여전히 맛있었고 만족스러웠다. 다만 딱 하나, 대전역 환승객으로써 대전역점은 꼭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해도 너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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