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는 친구네 스파니엘종자 개다.
친구 생일 축하 톡을 나누는 말미에 친구는 초코가 죽었다고 했다. 아 초코! 그 초코. 초코가 죽었구나.
초코는 친구와 살다가 친구가 결혼한 뒤에는 친구의 어머니와 쭉 살았다. 봄에 친구와 만났을 때 초코 아직 살아있냐니까 어 하얗게 늙어서 아직 있다는 답을 들었는데 갔구나. 강아지적 폴싹폴싹 뛰며 온 개는 대개 주인보다 먼저 폭삭 늙어 떠나가는데 사람 보기엔 그게 참 서글픈 일이다.
노는 즐거움도 먹는 즐거움도 고작 이십 년을 누리지 못하고 생 하나가 이렇게 짧고 덧없구나 싶다.
고향 우리 집 꽃순이도 예전에 죽고 고향 이웃집 봉필이도 죽었는데 우리 엄마랑 봉필이네 아줌마도 다신 개는 안 키우련다 하더니 친구도 이제 다신 개는 안 들이겠다고 한다. 사람 잃은 슬픔에 비하겠냐만 사람이 사람 구실하기 시작하던 먼 옛날부터 개의 구실 개의 행세를 하면서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개를 잃는 슬픔은 그 유구한 세월만큼이나 참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