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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로 Apr 13. 2022

차라리 보지 말걸 그랬어요

차라리 보지 말걸 그랬어요.

내 눈을 의심했어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들키고 싶지 않은 진실이 흐릿하게 멈추어 뚜렷한 증거물이 되어준 것처럼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을 쳤어요.

이루지 못한 간절한 사랑을 내가 제일 초라할 때 우연히 딱 마주친 그런 느낌이랄까?

어떤 느낌이라고 딱 떨이 지는 것을 찾을 수는 없지만 이상하고 묘한 감정이었어요.

이 일로 난 이기적이고 배려심 없는, 전혀 인간적인 구석이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지요.

한마디로 몹쓸 인간이 된 거죠.

아마도 인정머리 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이 나의 양심 한 구석에 빠지지 않는 도깨비바늘처럼 평생 동안 박혀 있겠지요.

나도 모르게 뜨거운 한숨이 "후~"하고 나왔어요.

녀석은 창문에 붙은 스티커처럼 한참을 꼼짝 않고 앉아있었죠.

리 밑에 깔고 앉은 까만 그림자에 간절한 기다림도 까맣게 익어 멈춰있었어요.

입을 틀어막았지만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비명은 뜨거웠고, 놀란 가슴은 쪼그라들어 끝도 없는 낭떠러지로 한없이 떨어졌지요.

그렇게 한 참을 떨어지다 무언가에 뚝하고 부딪쳐 산산이 깨졌어요.

많이 아팠어요.

하지만 아프다고 내색할 수 없었어요.

많이 미안해서...

정말이지 이렇게 날 기다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으니까요.

"올 거야. 올 거야. 꼭 올 거야." 하고 믿고 또 믿고 있을 널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게 아팠지요.

이렇게 기다리다 포기하고 돌아서야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너의 맘을 상상하면, 난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어요.

신뢰를 저버린 나의 행동에, 난  머리채를 뜯으며 괴로워하고 죄책감이 내 목을 조였어요.

나는 죽을 것 같이 답답해서 미쳐 날뛸 것 같았죠.

내 맘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네가 돌아서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얼른 cctv를 껐어요.

이것도 나의 이기심이겠죠.

태풍을 몰고 오는 먹구름 같이 복잡하고 어수선한 심정이 까만  뒷모습에 그려지지, 애처롭게 흔들리는 작은 촛불 같은 희망을 품고 앉은 모습이 더욱 슬퍼 보였어요.

고양이 버스를 기다리는 토토로 같이,

반드시 올 거라는 믿음도 그림자처럼 곁에 두고 있었으니까 눈물 나도록 슬펐어요.

내 코 앞도 보이질 않는 짙은 안갯속에 갇힌 듯  막막했고, 이 순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슴을 더 아프게 했어요.

나의 모든 생각들은 오직 나에게만 맞춰진 고장 난 라디오의 주파수처럼 고정되어서 어느 누구도 그 범주에 넣어두지 못했나 봐요.

내 생각이 이렇게 짧았는지 모르겠어요.

생각의 깊이가 나이에 제곱 비례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좋아하지만 녀석에 대한 배려도 없었어요.

너에 대한 나의 진심이 없었나 봐요.

가게를 쉬는 것이 처음이라 미처 녀석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날, 혹시나 하는 맘에 본 cctv에 녀석을 볼 거라고는 더더욱 몰랐어요.

저렇게 앉아서 날 기다릴 거라고는 죽어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난 더 이상 녀석을 볼 수 없어서 cctv를 닫았어요.

아마 녀석은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자리를 떴겠죠.

그리고 몇 번은 더 와서 기다리다 가겠죠.

"아~. 이런!"

녀석이 대답 없는 기다림에 실망해서 나를 영원히 포기할까 봐 겁이 났어요.

혹여 이렇게 가서 다시는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나를 미치게 했어요.

이제는 내 가슴에 엄청난 태풍이 몰아치고 있어요.

아주 아주 매몰차게.

그치지 않을 것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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