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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로 Dec 30. 2022

그녀가 울었다

그녀가 울었다.

소리 내어 울었다.


...........

...........

...;..:....


잠시지만 멍하니 서 있었다.

순간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빤 것 같은 몽롱함을 느꼈다.

멀미하듯 울렁임도 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는 그녀가 우는 것을 한 번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인지 귀신에 홀린 듯했다.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었다.

젖은 빨래의 먼지를 털어 널듯 내 기억을 털어보았다.

없었다.

하품할 때 새는 외마디 소리도,

발소리조차도 들을 수 없었다.

그 어떤 소리도....

근데 왜 내 맘이 요동치는 걸까?

그녀가 우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렇다.

난 그 소리에 진한 모성애를 느낀 것이다.

끈끈한 연민까지 더해졌다.

한편으론 세상이 남몰래 감춰둔 하나의 비밀을 나 혼자만 알아낸 것 같은 짜릿함을 꼴깍하고 목구멍 속으로 삼켰다.

그녀의 소리는 코스모스처럼 연약하고 가늘었고 민들레처럼 나의 세계에 이리저리 흩어졌다.

비눗방울처럼 무지개를 하나씩 품고 허공을 날다가 꽃가루처럼 터지며 솜사탕처럼 서서히 사라졌다.

여린 울음소리가 거미줄처럼 가는 여운을 남겼다.

여운이 내 맘속에 질긴 거미줄을 쳤다.

거미줄에 내 맘이 갇혔다.

여운이 세차게 흔들렸다.

거미줄에 걸린 메뚜기처럼 내 심장은 몸부림쳤다.

하지만 질긴 여운은 튀는 LP판처럼 그 자리에서 뱅글뱅글 맴돌며 내 가슴에 깊은 골을 파고 있었다.

내 맘을 놓아주지 않는다.

 온전히 그녀의 노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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