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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샘추위 May 08. 2024

저는 알코올중독자의 딸입니다.

52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코올중독 아빠의 세 번째 입원 후 맞닥뜨리게 된 이름하여 "피 가래"사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던 추석 연휴를 보내고 얼마 뒤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가 피 가래가 나온단다. 그게 엄청 안 좋은 거거든. 요 아래 아저씨도 그러다가 병원에 갔는데 폐암 이래서 몇 달도 못 살고 죽었잖니?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나는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할머니. 그렇게 밥을 안 먹고 술이랑 담배만 먹었는데 몸이 정상인 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그냥 나이만 먹어도 이곳저곳이 아픈데 그렇게 건강을 돌보지 않으니 어디가 아파도 아플 거예요. 내가 병원에 전화해서 어떤지 좀 물어보고 연락드릴게요"

무거운 마음으로 병동에 전화를 하니 아빠는 하루 담배를 10개비로 늘렸는데도 여전히 담배 집착이 심각하다고 했다. 기침을 좀 하시긴 하지만 피 가래가 나온 지는 전혀 몰랐다는 반응.

(당장 폐암이라도 걸렸을지 모를 마당에 여전히 담배를 피워대신다 하니 화가 났다.)

보호자가 병원을 모시고 가야 마땅하나 상황이 이러하니 내과 진료를 봐주실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알코올 문제로 입원한 환자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내과적인 질환 문제로 퇴원을 하지만, 퇴원을 하면 곧 술독에 다시 빠져서 꼭 받아야 할 검사나 치료도 받지 못하고 폐쇄병동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아빠가 퇴원을 한 후 진단에 필요한 기초적인 검사들 마저 받을 수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현실.

(아빠는 지난해 폐쇄병동에 1년을 계시고 나온 다음날 바로 술을 드셨고, 두 달 만에 다시 술에 흠뻑 젖어 들어 심각한 상태를 맞이했지 않은가?)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의료원으로 외진을 나가 진료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해보겠노라 하는 간호사의 말에 무거운 마음을 잠시 기대 본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도

내과 진료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들어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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