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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단조 Jun 20. 2020

거짓말하지 마세요

네 살, 마주이야기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궁금한 게 오늘은 보육원 가는 날인지, 안 가는 날인지이다. 

엄마와 집에 있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 엄마는 공부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했더니 아이는

"엄마, 오늘 아빠는 회사 가고, 엄마는 공부하러 가고, 포도는 보육원 가는 날이에요?"라고 매일 물어보곤 한다.

주말이 되면 정말 우리 모두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거냐며 몇 번을 물어보기도 했고,

그 덕에 아이는 이제, 언제 보육원을 가는지 평일/주말, 월화수목금토일의 요일 개념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아이는 보육원에 가기 싫어 자꾸만 시간을 끌었다.

평소엔 아빠가 아이보다 늦게 집에서 나서긴 하지만,

그날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기에 아빠가 먼저 회사에 가는 척 아이에게 인사를 하며 현관 중문을 열었다.


"포도야, 아빠 회사 다녀올게. 포도도 보육원 잘 다녀와."


그랬더니 눈빛이 예리해지던 아이의 말


"아빠, 왜 잠옷 입고 회사가니?"


당황한 아빠는 "아빠가 갈아입고 갈게." 하고 다시 나가는 척을 했는데,

이제 네 살 아이의 예리함 앞에 거짓말은 더 이상 쉽지 않아진 건지,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가 회사를 안 간 거 같아. 우리 함께 찾아보자."


거짓말에도 쉽게 속지 않는 나이, 네 살.


2012년, 

일본에서

g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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