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쓴 글은 '왜 욕망대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썼다.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다. 나에게 맞는 욕망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다행히 욕망은 숨지 않고 자주 떠오르기 때문에 나의 직관으로 알 수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기분이 좋고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지,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인지할 수 있다. 욕망은 나의 끌림 안에 있다.
내게 맞는 욕망 티켓 어떻게 예매할 수 있을까
욕망을 찾는 방법은 나에게 하는 질문하는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 좋아했던 것을 지금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확인한다. 나는 평소 어떤 것에 끌리는지, 단순한 끌림인지 아니면 규칙적인 끌림인지 들여다본다. 평소 어떤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내가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지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 '나도 하면 잘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분야를 확인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도 욕망을 알아볼 수 있다. "나에게 어떤 능력이 주어진다는데, 그래서 그 직업을 평생 가져야 한다는데, 그때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현재의 환경과는 무관하게 영혼 깊이 숨겨져 있던 진실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 그때 나온 답이 현실적으로 또는 물리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라면, 다시 태어나야 하는 일이라면, 너무 뜻밖의 일이라면, 그 일과 결이 닮은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완전히 일치하는 일이 아니어도, 같은 프레임 안에 있고 맞는 방향성에 있을 수 있다면 축복이다.
욕망을 알 수 있는 감정의 도구도 다양하다. 끌림, 호기심, 가치, 선호도, 매력, 동경, 열정의 단어들은 논리와 무관하게 본능적인 감정으로서 확인할 수 있다. 명확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러한 감정이 들면 욕망하고 있는 대상을 알 수 있다. 단, 앞서 말한 것들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주, 규칙적으로 나의 마음속에 강하게 올라오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욕망은 나의 성향과 조화로워야 한다. 나의 성향과 맞지 않는 곳에 있을 때, 어딘가 불편한 감정이 생긴다. 일의 성과가 좋아도 어딘가 맞지 않는다는 감정의 충돌 때문에 지속적으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이 지속할 수 없게 만든다.
1) 건강하고 2) 성향과 조화롭고 3) 하면 기분도 좋고 4)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욕망을 따라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에게 맞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 내가 올바른 방향에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시간을 들이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을 때, 그럴 때 우리는 '최선'을 다하게 되니까. 어느 것에나 어떤 곳에서나 최선을 들일 수는 없다. 그럴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욕망의 트랙 위에서는 자발적으로 정성을 들이는 작업을 하게 된다. 번아웃은 올 수 있어도 어떻게든 그것을 뚫는 힘까지 만들 것이고, 여기서부터는 더 큰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늘 무기력하고 귀찮을 수는 없다. 사실 나의 욕망의 트랙에 서있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곳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지속적으로 보이면, 잠은 못자도 열정으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그러니 욕망이 있는 곳에서 무언가를 하는 작업이 나를 더 수월하게 이끄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너무 너무 하기 싫고 마음도 아주아주 불편하다면, 최선을 다할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나의 욕망 위에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나의 욕망 좌석을 잘 예매해야 한다. 맞지 않는 자리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 불편하고 맞는 자리에서는 편안함을 느낀다. 내게 맞는 자리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처음 ktx를 탔던 기억이 생각났다. 출발시간이 다 되어 급하게 열차에 올라탔다. 눈으로 예매표와 좌석을 번갈아보며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새벽 일찍 나온 탓에 졸려 눈을 감았다. 그런데 급하게 자리에 앉았던 탓인지 마음이 찜찜했다. '여기 내 자리 맞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지면서 눈을 떴다. 마침 이 좌석의 주인이 왔다. 나는 다시 좌석을 찾아 앉았다. 눈을 감았다. 가는 내내 편안했다. 맞는 자리에 있다는 건, 심적으로 편안한 기분이 드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맞지 않는 자리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 불편하다. 끝없는 의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게 어렵다. 이 자리가 나랑 딱 맞다는 생각이 들면 그곳에서 나는 춤을 추고 날아다닌다. 일의 강도와는 무관하게. 그래서 나에게 맞는 자리가 중요하다. 욕망의 좌석을 잘 예매해야 한다. 조금 비틀어진 게 아니라 아주 틀렸다는 생각이 들면 벌떡 일어나서 다른 좌석을 알아볼 수도 있겠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나의 욕망을 어렴풋이 알아차리는 게 좋겠다. 욕망은 힘의 성질이 강해 결국 내가 뜻하는 자리를 발견하게 해준다.
나의 욕망 중 하나는 '책에 관한 것'이다. 독서하는 시간은 좋아하는 친구와 브런치를 먹는 시간만큼 좋다. 혼자있는 시간 자체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게 더 가깝겠다. 그만큼 독서하는 시간이 좋고, 특별히 좋았던 문장은 필사하는 것도 힐링이다. 생각을 글로서 정리하는 일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 시간이 날 때,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들을 읽으며 마음을 정화시킨다. 이러한 작업을 여러 해 동안 하다 보니, 그 축적의 힘으로 나의 욕망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고 이제는 '책과 관련된 일이라면, 잘할 수 있겠는데?!' 하는 자신감이 올라왔다. 꾸준히 지속해 온 습관으로 올라온 자기 확신의 감정이었다. 임계치를 뚫고 올라온 것은 근거가 있다.
욕망이 이끄는 자기 확신은 스스로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그래서 책과 관련된 SNS를 시작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다. 먼저는 북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머지않아 북튜버도 도전할 것이다. 욕망에 꾸준함과 열정까지 더해지니, 축점의 힘은 생각보다 컸다. 나에게 맞는, 내가 가야 할 곳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마음 속에서는 직감이 또 말한다. '그래, 잘하고 있어!'
욕망은 욕망이라서 힘이 있다. 그 안에 내재된 힘으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몰입하게 만든다. 정성을 들이게 만든다. 시간을 축적하게 만든다. 꾸준히 하게 된다. 욕망에 이 모든 것들이 입혀지는 여정에서 나는 '이 일이 정말 나에게 맞는 것 같아'라는 자기 확신에 수십번 이른다. 무엇보다 이 일을 할 수 있어 기쁘다. 욕망 위에 꾸준한 정성으로, 나의 욕망을 도구 삼아 고유한 나의 것을 드러내며 살아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