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동정하지 말았어야지
하수구에 새끼 고양이가 빠졌어.
작고 동그란 구멍 사이로 어떻게 들어간 거지?
혼자서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데
자꾸 우니까
그 소리가 슬퍼서
구멍 사이로 밥을 줬어.
하루 이틀...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새끼는 조금만 먹어도 그렇게 살이 찌나 봐.
뼈도 자랐어.
이제 앞으로는 평생 나올 수 없을 거야.
나는 떠나야만 하는데.
금세 동정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했다.
내가 콘크리트를 부술 수 없다면.
그만큼의 충격을 가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조용히 기다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