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여자라는 굴레가 남긴 것
정부에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자마자 회사는 재택을 권장하지 않는다며 회사 공지에 띄웠다.
코로나 기간 동안 거의 주 5일을 재택 하던 나는, 월 목을 재택 하며 아이를 등원시키고, 남편은 화수 금 아이를 등원시키기로 하고, 가능한 한 월 목 아닌 날에도 재택을 할 수 있다면 하려고 애쓰고 있다.
재택을 하는 날이 길어지며 이모님을 안 써도 되겠단 생각도 있었고,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학원을 하나 더 보낼 수 있을 거 같아서 이모님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하원은 매일 4시 반에 퇴근해서 해야 할 수 있기에 화요일인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서 방에서 씻고 나와서 남편이 항상 자는 아이방에 가니 남편이 없었다.
늦게 들어오는 날은 1층에서도 잤기에 1층을 봤는데 없었다.
출근시간을 맞춰서 해야 하원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데다, 오늘 대면 미팅이 있어서 재택은 할 수 없는 스케줄이라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은 취침시간을 설정해놓았는지 전화가 되지 않았다. 빨리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 오늘 나 출근해야 하는데 집에 없네?..”
수분 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난 마주치지 않기 위해 다용도실 문을 열어 재활용 쓰레기를 버렸다.
내가 집을 급히 나서려는데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가 안 들어오면 십중팔구 주차장인데 끝까지 한 번을 안 내려와 보네”
놀랍지 않은 문자였지만 술을 먹고 안 들어온 사람은 자신인데, 그걸 안 찾으러 온 내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여전히 화가 났다.
남편은 술을 매우 좋아했고, 술을 너무 많이 먹은 날은 대리를 불러놓고 전화를 안 받고 아침까지 술을 먹은 지역에 주차장에서 잔다거나, 대리를 불러서 집에 와도 주차장에서 잠든 적이 많았다.
우리 부부는 남편이 종종 술 먹다 잠드는 문제로 심하게 싸우곤 했는데, 나로서는 남편이 음주운전으로 세 번 적발되었고, 벌금 3천만 원 정도에 면허취소까지 걸린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매우 조심했으면 했다.
첫 번째는 연애 때였는데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이 되었던 거 같다. 운전을 하고 가다가 신호등에 걸린 그때 운전석에서 잠이 든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걸려 면허 정지를 당했다.
결혼 후엔 대리를 부른 후, 차를 빼겠다며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나오다가 잠들어서 대리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아침에 신고자에 의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다
나도 술을 좋아하기에 술 먹고 늦게 들어오거나 하는 건 문제도 삼지 않았지만, 이렇게 아침까지 안 들어오는 상황은 음주운전 때문 에라도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술을 그렇게 잠들 만큼은 먹지 마라 던가, 먹으면 나에게 연락을 하라던가, 여러 해결책들을 제시했고, 실제로 술 먹고 대리가 출발할 때마다 나 출발해 전화하던가 문자를 남기기도 했던 적이 있지만, 그마저도 우리가 자주 싸우며 사이가 좋지 않은 날들이 많았던 어느 날 이후 하지 않게 되었다.
술 먹고 집에 안 들어온 남편에게 되려 “주차장에도 한번 안 나오는 사람”으로 잘못의 화살이 돌려지는 건,
투정으로 받아들이고 그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나의 잘못일까?
도대체 어른들이 쉽게 말하는 여자가 현명하게 하란 말은 이럴 때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이런 유의 다툼은 당사자가 변화하려 하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걸, 도대체 그 당사자인 남편 말고 누구에게 말해야 할 것인지, 그 당사자에게 말을 못 하는 나만 답답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