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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를말하는사람 May 30. 2022

결혼, 그 쓸쓸함의 기록(번외)

현명한 여자라는 굴레가 남긴 것

정부에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자마자 회사는 재택을 권장하지 않는다며 회사 공지에 띄웠다.


코로나 기간 동안 거의 주 5일을 재택 하던 나는, 월 목을 재택 하며 아이를 등원시키고, 남편은 화수 금 아이를 등원시키기로 하고, 가능한 한 월 목 아닌 날에도 재택을 할 수 있다면 하려고 애쓰고 있다.


재택을 하는 날이 길어지며 이모님을 안 써도 되겠단 생각도 있었고,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학원을 하나 더 보낼 수 있을 거 같아서 이모님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하원은 매일 4시 반에 퇴근해서 해야 할 수 있기에 화요일인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서 방에서 씻고 나와서 남편이 항상 자는 아이방에 가니 남편이 없었다.

늦게 들어오는 날은 1층에서도 잤기에 1층을 봤는데 없었다.


출근시간을 맞춰서 해야 하원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데다, 오늘 대면 미팅이 있어서 재택은 할 수 없는 스케줄이라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은 취침시간을 설정해놓았는지 전화가 되지 않았다. 빨리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 오늘 나 출근해야 하는데 집에 없네?..”

수분 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난 마주치지 않기 위해 다용도실 문을 열어 재활용 쓰레기를 버렸다.


내가 집을 급히 나서려는데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가 안 들어오면 십중팔구 주차장인데 끝까지 한 번을 안 내려와 보네”


놀랍지 않은 문자였지만 술을 먹고 안 들어온 사람은 자신인데, 그걸 안 찾으러 온 내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여전히 화가 났다.

남편은 술을 매우 좋아했고, 술을 너무 많이 먹은 날은 대리를 불러놓고 전화를 안 받고 아침까지 술을 먹은 지역에 주차장에서 잔다거나, 대리를 불러서 집에 와도 주차장에서 잠든 적이 많았다.


우리 부부는 남편이 종종 술 먹다 잠드는 문제로 심하게 싸우곤 했는데, 나로서는 남편이 음주운전으로 세 번 적발되었고, 벌금 3천만 원 정도에 면허취소까지 걸린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매우 조심했으면 했다.


첫 번째는 연애 때였는데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이 되었던 거 같다. 운전을 하고 가다가 신호등에 걸린 그때 운전석에서 잠이 든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걸려 면허 정지를 당했다.


결혼 후엔 대리를 부른 후, 차를 빼겠다며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나오다가 잠들어서 대리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아침에 신고자에 의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었다


나도 술을 좋아하기에 술 먹고 늦게 들어오거나 하는 건 문제도 삼지 않았지만, 이렇게 아침까지 안 들어오는 상황은 음주운전 때문 에라도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술을 그렇게 잠들 만큼은 먹지 마라 던가, 먹으면 나에게 연락을 하라던가, 여러 해결책들을 제시했고, 실제로 술 먹고 대리가 출발할 때마다 나 출발해 전화하던가 문자를 남기기도 했던 적이 있지만, 그마저도 우리가 자주 싸우며 사이가 좋지 않은 날들이 많았던 어느 날 이후 하지 않게 되었다.


술 먹고 집에 안 들어온 남편에게 되려 “주차장에도 한번 안 나오는 사람”으로 잘못의 화살이 돌려지는 건,

투정으로 받아들이고 그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나의 잘못일까?


도대체 어른들이 쉽게 말하는 여자가 현명하게 하란 말은 이럴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이런 유의 다툼은 당사자가 변화하려 하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걸, 도대체 그 당사자인 남편 말고 누구에게 말해야 할 것인지, 그 당사자에게 말을 못 하는 나만 답답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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