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이파항에서 크루즈선에 올라 배 안에서 머문 7일 동안 어러 섬에 정박하여 아름다운 경치와 문화를 느끼며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매일 배에서 내려 거의 반나절 이상을 보냈던 곳.
지중해의 하와이라 불리는 키프로스 리마솔
장미꽃이 피는 로데스
추억을 담은 파란 지붕 산토리니
제2의 고향 같은 아테네
바람의 섬, 에게 해의 진주라 불리는 미코노스~
지나온 오랜 시간 살았던 흔적과 옛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과거로의 여행과 현재의 시간이 함께 공존하는 길목에서 스쳤던 생각들.
야은 길재의 시조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수많은 이들이 거쳐 지나간 길에서 누렸던 부귀영화, 전쟁과 평화, 웃음꽃 등 삶의 발자취는 어디로 간 것일까?
유적과 걸었던 길은 덩그러니 남았는데..
지금도 여기서 삶을 즐기는 사람 또한 그러하리.
무상함.
모든 현상은 한순간에도 나고 변화하고 멸하므로 항상 같을 수가 없다.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며 우리 삶은 유한하다.
존재하는 동안 의미 있게 삶을 살아야겠지?
집에서의 일상에서 밖으로 발길을 옮기지 않으면 경험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시간들.
여행의 매력이다.
추억을 찾기도, 만들기도 하면서 내디딘 발자국마다 우리의 역사가 되지 않았을까?
반나절 여행 후 돌아오면 배 안에서의 또 다른 생활이 기다린다.
음악과 춤, 퍼포먼스, 수영과 사우나, 피트니스, 요가, 마사지, 암벽 타기, 탁구, 빙고게임, 카지노, 쇼핑, 경매, 미술품 감상, 쇼, 영화, 어린이 놀이시설 등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 풍부하다.
특히 간식 코너는 곳곳에서 끊임없이 돌아간다.
지나치다 한 입하기에 딱 좋다.
그러다 벤치에 누위 휴식을...
천국의 생활이 이럴까?
크루즈에서의 해리와 벼리 이야기다.
수영을 하고 월풀을 즐기며 사우나까지 하고 돌아오는 게 우리 코스 중의 하나다.
건식과 습식 사우나가 갖추어진 곳에서 사우나를 하고 야외 데크에서 선선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면 날아갈 듯 상쾌하다.
바다에서 쏙 올라오는 태양과 뚝 떨어지는 해는 또 어떠리...
장관이다.
키프로스 리마솔 섬 구경을 마친 뒤 배로 돌아와서 수영을 각자 사우나실에 갔다.
벼리는 옷가지 몇 개를 씻어서 건식 사우나실에 널어두고 왔는데 1시간 뒤에 가보니 없어져 버렸다.
'헉, 내 옷이 어디로 갔지? 황당한 노릇'이라 생각한 벼리.
늘 같이 다녔는데 여자 사우나실이니 어쩔 수 없이 혼자다.
그 사이 일이 벌어졌다.
짧은 영어로 말하다, 손짓 발짓하다, 한국어로 번역을 하다 소통하는데 난리였다나.
하우스키퍼가 분실물이라고 5층에 있는 고객지원센터에 맡겨 놓았다고 한다.
사우나 담당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와서는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며 그 상황을 장황하게 얘기했다.
따라 웃으며 벌떡 일어나
"5층으로 가보자" 바삐 5층 버튼을 누른다.
웃을 일인지 모르겠다.
분실물에 대하여 물어보니 잠깐 기다리라며 바로 옷을 가지고 나왔다.
이건 망신이 아닌지요?
K 벼리가 그러면 안 되죠이~~
또 하나는
둥개 둥개 둥개야 가 기다리는 수영장은 벼리가 좋아하는 곳이다.
'웬 둥개 둥개 둥개야?'
우리 애들이 어린 시절 수영장에서 물놀이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등에 태우고 ‘둥개 둥개 둥개야’ 라며 둥둥 띄워 헤엄쳐 나아가며 놀았던 놀이다.
내가 상어가 되어 잡으러 다니면 애들이 도망쳤던 상어놀이도 있다.
귀여운 손녀 수연이가 조금 크면 또 해 줄 것 같은 우리 식의 물놀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다들 물속에 들어가서 수중의 예쁜 물고기를 구경하는데 벼리는 물에 몸을 조금 담그고 배를 잡은 손을 놓지 못한다.
수영장에서도 허리까지의 물에 들어가 벽에 붙어서 폴짝거리기만 할 정도로 무서워한다.
지금은 벼리에게 해준다.
손잡고 둥실 거리 거나 둥개 둥개를 해주면 둥에 찰싹 붙어 좋아라 한다.
각 나라 사람들이 다 모인 크루즈 수영장에서 보든 말든 늘 해왔던 놀이 둥개 둥개 둥개야다.
외국인들의 시선과 웃음이 우리 등을 타고 둥둥 따라다닌다.
해리와 별리의 둥개야는 세계적이다.
K-해리와 벼리 만세~~♡
하루동안 배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오늘은 여러 가지 이벤트 행사들이 열린다.
쇼핑센터의 할인행사, 미술작품들의 경매 등 마지막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하여 여러 가지 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는 여행기간이 길어 아이쇼핑으로 끝내기로 하고 오늘도 이곳저곳 기웃 거리만 했다.
기타, 피아노 연주도 듣고 바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친절한 매너도 봐 가며 우리의 크루즈 생활을 떠올려 보았다.
크루즈에 탄 승객들은 끝없이 먹고 마시는 것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다들 살에 눌려 움직임이 힘들 정도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뚱뚱한 사람들이 많다.
유난히 이번 쿠르즈 승객들이 더 한 것 같다.
벼리는 자문자답을 한다.
"크루즈는 어떤 사람들이 탈까? 아마 먹기 위해 사는 사람" 일거라고 한다.
과일과 야채 위주로 하루 3번을 꼬박꼬박 먹었더니 허리에 살이 붙는다는 벼리는 먹는 일이 힘든단다.
나도 그런 생각이다.
오후에는 가방을 다시 정리하여 내일 아침 일찍 떠날 준비를 하였다.
크루즈에서의 마지막 밤이 되자 각 나라 국기들이 총 출동하여 음악에 맞춰 나부끼는 축제장에 갔다.
우리는 2층에서 축제 장면을 보고 있었다.
대한민국 태극기가 나오면 뛰어내려 가 강남스타일로 한바탕 춤판을 벌이겠다는 벼리.
처음에는 우리나라가 국기가 안 보여서 “대한민국을 물로 보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탑승 승무원들의 국가별 소개였다.
배안에 동양인도 안 보이고 대한민국 사람은 우리뿐이다.
각 출신 나라별 승무원들의 간단한 인사와 퍼포먼스가 이어지며 흥겨운 지구촌 한마당이었다.
선장이나 관리직 직원들은 조금 선진국인 나라들이고 동남아나 남미 계통사람들은 서빙이나 하우스키퍼들이었다.
그래도 여기 종사하는 승무원들은 직업에 대한 서로 간의 선입견 같은 것은 안 보여서 보기 좋았다.
쇼를 보고 방으로 가는 길에 아바음악이 우리를 무대로 이끈다.
댄스파티가 열린 무대에서 음악에 맞춰 막춤을 신나게 추는 벼리와 시진에 담는 해리.
즐겼던 모든 생활도 아쉬움을 남겨야 제맛이듯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오늘이 되었다.
이스라엘을 향하여 어젯밤부터 24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달려서 이스라엘 하이파항으로 다시 돌아간다.
하이파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요르단 국경지역까지 내려가야 하는 우리는 버스 시간에 맞춰 터미널에 갈 수 있을지 계속 생각이 올라온다.
국제 승객은 아침 일찍 하선할 수 있다는 승무원의 말에 조금의 위안을 가져본다. 크루즈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내일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