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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수 Nov 14. 2024

요르단에서 이집트 카이로.../23년6월26일(월)

새로운 해가 떠오른다. 

요르단 아카바를 떠나 이집트 카이로로 가는 날이다.

오늘 아침에 배웅하겠다던 사기성이 있는 지배인은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내밀 수 없는 뭔가가 있나 보지.

예약한 호텔 택시를 타고 항구로 향하였다. 항구까지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다. 

가는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웠으며 한낮의 살인적인 더위가 막 시작되려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도착했다고 기사가 일려 준 곳은 여느 항구와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리조트 앞 비치 같은 느낌으로 깔끔하고 예쁘다. 

이런 아담하고 멋진 항구는 처음이고 그야말로 고급 항구 같다. 

요트와 보트 등도 정박해 있으며 이집트 가는 페리는 나름 날렵하게 생겼다.

30여분을 기다리는 동안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워 구경하며 걷다 왔다.

요르단 어린이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행동에 벼리가 반응을 보여 주었으며 기념사진도 한 장 찍었다.

중동 어린이들은 지나가는 우리에게 "헬로"라고 인사하며 눈을 반짝이는 게 해맑다.

모습이 다른 우리가 신기한 듯 붙임성 있게 다가오며 주먹인사를 한다.

장난기 많은 청소년들도 그냥 지나가지 않고 한 마디씩 한다.

"차이나? 니하오"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하는데 그럴 때마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외친다.

"노 노, 사우스코리아."

"어, 코리아?" 

분위기를 업 시키며 까불거리는 게 귀엽기도 하다.

그네들의 반응은 밝으며 좋은 나라라고 부러워하는 듯하다. 착각은 아니겠지.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이집트에서 우리가 타고 가는 배는 약 45분 정도 홍해바다를 건너가면 타바라는 어촌 마을에 도착한다.

출국심사와 1인당 10디나르(우리나라 2만 원정)의 출국세를 내고 배에 올랐다.

홍해의 물살을 가르고 시원하게 배가 달리자 저 멀리 요르단의 땅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관심보이던 어린이와 마주 앉아 과자를 나누어 먹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인데 체면치레인지 많이 먹지 않는다.

더 먹으라고 줘도 사양한다.

맑은 바람에 섞인 불청객, 또 담배연기다. 

길에서든 실내서든 가리지 않고 마구 피워대는 이들이 얄밉다.

이집트의 얼굴이 서서히 나타나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갑판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시원한 바람과 푸른 파도의 물살을 맞으며 이집트를 사진에 담기에 바빴다.

홍해는 붉은빛을 띠는 바다라던데 짙고 푸르기만 했다.

파도와 세찬 물보라가 끝없이 따라오며 그 시원함을 즐기고 있으니 벌써 이집트의 타바항에 닿았다. 

이쪽 지역은 홍해의 아름다운 바다 비경을 보는 스킨스쿠버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는 맞지만 벼리는 무관심이라 바로 카이로로 가기로 했다. 

타바의 부두에서 어제 인터넷으로 예약한 카이로행 미니버스를 기다렸다. 

1시간 여 시간이 남아 그늘에 쉬고 있는데 저 멀리 벼리가 요르단 여자애와 이야기를 하면서 온다. 

한국말과 한국의 케이팝을 아주 좋아한다는 요르단 여자애였다.

우리나라 말을 배우며 매일 한국 드라마를 매일 본다고 했다.

제법 의사소통이 되었다.

청바지에 흰 티를 입은 애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발랄한 차림과 비슷했다.

한국인을 처음 만나서 너무 기쁘다며 1년 뒤에 한국에 공부하러 갈 예정이라고 했다. 

벼리는 이메일을 건네주며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며 안아줬다.

말로만 듣던 중동인의 일부다처제 가족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20명이 넘는 가족이 떼 지어 카이로 여행길에 올랐는데 중간버스 지붕에 짐을 싣고 그녀의 가족들이 손을 흔들며 떠나간다.

대단한 능력을 가진 남성이다.

예약한 버스시간이 다가오는데 올 기미가 없어 12시를 향하는 시계를 힐끔거리며 마냥 기다리는데 택시기사 같이 보이는 이집트인이 다가와 묻는다.

"어디 가느냐, 여기서 뭘 기다리냐?" 

"카이로 가는 미니버스를 기다린다" 전화를 걸더니 여기에는 버스가 오지 않으니 자기 택시를 타고 버스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버스 출발시간 10분 전이었다. 

앞뒤 가릴 것도 없이 짐을 싣고 택시기사가 데려다주는 곳으로 갔다. 

다행히 버스는 아직 출발하지 않고 있었다. 

급한 순간, 위험한 찰나에 우리를 돕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벼리의 108배 덕분일까?

간신히 버스에 탑승하여 약 14시간여의 시간 후 밤 10시쯤에 카이로 도착했다. 

5시간쯤 걸린다고 했는데 어찌 된 셈인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 25인승 정도의 미니버스를 타고 다리도 제대로 뻗지 못한 채 달려왔다.

봉고차를 타는 느낌이다.

이런 차로 긴 이동은 사는 동안 처음이고 최악이다.

둘 다 말을 잃었다.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카이로로 오는 도중에 누구와의 전쟁인지는 몰라도 검문을 10번 이상했다.

총을 든 군인과 경찰, 장갑차등이 도로의 길목마다 진을 치고 있었다. 

분위기가 지금까지의 나라 중에 제일 좋지 않았다.

험난한 여정을 헤치고 도착한 카이로.

카이로의 밤은 밝은 조명으로 대낮같이 밝고 잠들지 않은 도시였다.

짐을 든 관광객, 서빙하는 종업원, 노천카페에 차 마시는 사람과 행인까지 난리 벚꽃장이다.

버스와 택시들의 빵빵거리는 경적소리는 카이로의 밤을 깨우고 있었다.

벼리가 숙소까지 버스 타고 가자고 한다. 

기가 찬다. 힘들게 왔음에도 또 버스?

늦은 시간에 낯선 남의 나라에 와서 버스 두 번 환승하고 1시간 넘게 가야 하는데..

택시 타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이 야밤에 무거운 짐을 끌고 버스 타자니 여행이 힘들어진다. 

버스를 타기 위해 길가에서 이집트 사람들의 와이파이를 빌려가며 정보확인하고 버스 정류장을 물어보자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결국, 벼리는 우버택시를 불러서 가자고 한다. 

급기야 길가의 청년들에게 휴대폰 핫스파를 부탁해 우버택시를 불렀다. 

놀라운 택시비는 4,950원.

믿기지 않는 금액이다. 

택시비가 이렇게 싸다니...

일반 택시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비싸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벼리 스스로 택시를 탄 것은 한 번도 없다. 

이스라엘, 요르단에서의 택시비가 매우 비싼 것을 보고 과민반응을 일으킨 모양이었다.

한 번 타면 3만 원부터 5만 원이 넘었으니 외국인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행동에 말려들기 싫단다.

이렇게 싼 택시비라면 이집트에선 택시로 이동하잔다.

이제 좀 편할 듯하다. 더 편하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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