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의 악필 편지
다리를 다친 사람은 마라톤을 뛸 수 없습니다. 아무리 그 사람이 절박하고,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건 현명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건 다친 다리를 회복하는 일이지요. 그리고 재활을 하면서 달리기 훈련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것이 뒤따라야 할 겁니다. 이 사람이 당장 강한 의지로 다리를 절뚝거리며 운동장을 달린다 한들 그런 노력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말하자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지요.
당신은 이미 확고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점에서 자기 이름이 적힌 책이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싶다는 꿈을 당신은 오래도록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려 노력한다는 것만으로 이미 당신의 열정은 충만해 보입니다. 교직에 몸을 담으며 느낀 것을 학부모 세대들과 공유하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는 비전도 분명하지요. 그럼에도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면, 그건 동기 부여의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요?
동기만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습니다. 저는 동기 부여에 집착하는 것이 “의지만 있으면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의지만능론의 다른 표현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중요한 동기가 당신에게 없는 것이라면, 당신이 지금껏 일궈낸 것들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쓰다가 구겨서 던져버린, 쓰레기통에 가득한 습작들도 당신의 충만한 동기의 결과들입니다. 책으로 완성되지는 못했을지언정, 그마저도 충만한 열정과 노력의 산물임은 분명하지요.
나는 게으르니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문제를 단순화시킵니다. 우리를 자책감에 빠져들게 하지요. 그런 자책감은 스스로 비난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게 할 뿐입니다. 자기비하에 만족한 우리는 정작 문제를 성찰하는 것을 외면해버리곤 합니다. 문제를 성찰하지 못해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으니 똑같은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것이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설령 그 완벽이 목표를 이루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요.
그러니 자책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시길 바라요. 어제 저녁 써야 할 글을 외면하고 침대에서 곯아떨어진 당신은 나약한 것이 아닙니다. 바쁜 일상을 감당할 체력이 부족했을 뿐이지요. 그렇다면 자책보다는 틈틈히 동네 공원을 가볍게 뛰고 오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대처법을 찾아내는 것은 의지가 충만한 사람보다 스스로를 잘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물론 그 대처를 실행하는 것부터는 강한 의지가 든든한 도움이 되겠지요.
잠시 멈춰서서 숨을 골라 보세요. 자신을,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며 지금껏 당신이 보지 못한 것이 있는지 찬찬히 살펴 보세요. 충만한 의지를 가진 당신은, 그것만으로도 더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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