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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옥 Jun 26. 2023

[적당한 거리]

그림책이 삶의 철학이 되다!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예년에 비해서는 조금 이른 듯 한 감이 있는데,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여름을 향한 신고식! 장마입니다.

목마름을 갈구하던 식물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순 없을 것 같고, 외부에서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불편함은 없을 듯합니다.

이렇듯 좋음과 싫음도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있는 자리에서 맞이하는 상황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한 발치 물러서 바라볼 수 있는 거리일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적당한 거리입니다

전소영 작가는 자연과 가까이 지내고, 사소한 것, 생명이 있는 것, 아름다운 것들의 소중함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냅니다. 작품으로는 풀들을 기록한 그림에세이 [연남천 풀다발]이 있습니다.


자, 그러면 아름다운 식물들의 그림이 있는 그림책 속 여행을 시작합니다.

싱그러운 화분을 보며 무슨 비결이 있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네 화분들은 어쩜 그리 싱그러워?"


적당해서 그래


비좁은 흙에서 좀 더 넓은 흙으로 분갈이도 해주고, 성격이 각기 다른 식물들의 특성에 맞게 물 조절도 하고, 햇빛양도 조절해 줍니다.

그렇게 모두 다름을 알아가고 그에 맞는 손길을 주는 것
그렇듯 너 와 내가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게 사랑의 시작일지도


지나치면 물이 넘쳐 뿌리가 물러지고, 마음이 멀어지면 곧 말라버립니다. 상황에 맞게 바람을 들여주고, 따뜻하게 해 주고, 식물에게 때를 맞춰 해 줄 수 있는 건! 그저 알아차리고 도와주는 것일 뿐입니다.

안다는 건 이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안다는 건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발자국 물러서 보면 돌봐야 할 때와 내버려 둬야 할 때를 조금은 알게 될 거야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던 그림책에 한참 머물러 있었습니다.

요즘 사춘기 반항이 심하게 온 자녀와의 갈등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이 그림책은 마치 엄마인 제게 이야기하듯 적당한 거리유지를 하라고 속삭입니다.

가까워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잘못된 생각들이 자녀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아닌 더 벌어지고, 그 안에서 상처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지나침이 아닌 그렇다고 무관심도 아닌 그냥 필요한 순간 살짝씩 주는 도움의 손길이었나 봅니다.



“엄마 왜, 이렇게 모종을 멀리 심어? 얘네들 심심하겠다."
모종을 띄엄띄엄 심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딸이 묻는다.

“가깝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란다. 지금은 멀어서 외롭겠지만 나중에는 외려 고맙다고 그럴걸.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울 때쯤에는 너무 가까우면 서로 다치고 상처를 입게 돼. 햇볕과 바람이 드나들고 통하려면 사이가 적당하게 벌어져야 해. 그래야 마음껏 가지를 벌려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 수 있거든.”

신이 봄날을 우리에게 펼쳐 보이는 이유는 서로 간의 적당한 거리를 재느라 때를 놓치지 말고, 지금 당장 어떤 씨앗이라도 심으라는 뜻이다.

<관계의 물리학 중에서>

曲則全 枉則直(곡즉전, 왕즉직) 휘어지면 온전해지고, 굽으면 곧게 펴진다.
<위대함을 만드는 것은 곡선이다>  노자, [도덕경 22장]

"멀리 가려거든 곡선으로 가라"는 인디언 속담이 있습니다. 부모이기에 자녀의 올바름을 바로 잡아주겠다고  곧음을 내세우지만 때로는 유연한 사고로 둥글게 사는 삶 또한 필요한 듯 싶습니다.  서로 각자의 입장으로서 존중받으며 존재해 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관심은 거부하면서 무관심은 못 견뎌하는 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모를 청소년기의 자녀들을 보면서 그냥 그 자체로 바라봐주고, 때론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필요한 만큼만 적절히 도움의 손길을 보여주는 역할로 이 상황을 지혜롭게 잘 넘겨봐야겠습니다.

이 순간 또한 지나가게 마련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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