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택하며 산 게 아니라 선택당하며 살았다

흔들리는 순간들

by 담숨

우리는 선택하며 산다고 믿는다.

하지만 돌아보면
대부분의 순간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당한 것들에 가까웠다.

굳게 다짐했던 결심들은
어느 순간 바람처럼 흩어지고,
나는 또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대로 쟁취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로
나 자신을 설득해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남이 정해준 길을
정처 없이 걸어왔다.

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태어났다고들 말하지만,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은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자주 멈췄고,
자주 흔들렸다.

어쩌면 나는
선택하는 삶보다
선택받는 삶에 더 익숙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뒤틀린 생각 속에서
어느새 내가 간절히 바라던 꿈은
흩어져 사라지고,
내가 만든 내가 아닌
남이 만든 나만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사람에 대한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내 마음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작은 손짓 하나에 웃고,
작은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나를 보며
스스로가 야속해질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흔들림이
완전히 의미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점점 더 깊게 뿌리를 내리는 나무처럼,
나 역시 이 시간들을 지나며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마음이 무뎌지고
흔들리지 않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오히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던 지금 이 순간들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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