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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심메뉴고민 Sep 16. 2023

23.09 오건영 부부장님 에세이(9)

금리가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미국 경제는 저렇게 강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습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이 이런 거죠. 지금 미국의 초과저축이 상당하다라구요… 맞죠. 코로나 국면에서 미국은 어마무시한 규모의 수표를 뿌려대면서 개인들의 초과 저축을 크게 증가시켜주었습니다. 그리고 금리가 올랐음에도, 그리고 물가가 올랐음에도 이런 초과 저축을 허물면서 버틸 수 있겠죠. 
하나 더 말씀드리면 이런 초과 저축 중 예금이나 MMF에 해당된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런 얘기도 많죠. 현재 미국인들의 주담대가 대부분 장기 고정이라서 현재 금리 수준이 과거의 그 바닥이었던 3~4%수준에 불과하다라구요… 그럼 이자는 3~4%로 나가는데.. 단기로 진행하는 MMF와 같은 예금의 금리는 5.5%에 달하죠. 혹시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단기로 예금을 하고 장기로 대출을 받는데… 단기 금리가 높으니 예금에서 더 많은 이자를 받고… 장기로 대출을 받았으니.. 낮은 금리를 적용받으면서 그 부담이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와.. 이렇게 아름다운 일이 다 있을까요? 그럼 어딘가는 힘들지 않을까요? 네.. 그래서 반대편에 있는 은행들은 쉽지 않겠죠. 글로벌 대형은행들이야 다양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지만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중소형 은행들의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못할 겁니다. 이들은 단기로 예금을 받아서 장기로 대출해주는데… 대출 이자 수익보다 예금으로 나가는 이자 지출이 커지고 있죠. 


미국의 초과저축 규모가 상당한데, 특히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조건이 장기고정이라 현재 금리수준이 높은 반면 갚아나가야 할 금리의 수준은 낮다고 한다. 

이에, 단기금리가 높으니 예금으로 높은 이자를 받고 장기로 대출을 받아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채무자 입장에서는 매우 행복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제 은행들. 특히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중소형 은행들만 죽어나는건데, 이게 언제까지 유지될지 궁금하다.

근데 우리나라는.. 부채가 하도 심해서 기준금리 올리면 파급효과가 너무 커서.. 쉽사리 올리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자.. 맞는 말씀이지만.. 저축을 계속해서 허물게 되면… 이자를 낳을 수 있는 MMF자금들은 계속해서 줄어들게 될 겁니다. 기업에 가서 쌓이거나 정부에 가서 쌓이거나.. 혹은 부유층으로 흘러들어가겠죠. 결국 개인들의 소비 여력은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라는 점을 감안한 필요가 있죠. 그래서 개인들의 초과 저축이 거의 다 소진되었다는 주장이 최근에 나오고 있구요.. 그렇기에 잘 버텼던 미국 경제가 앞으로 급격한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네.. 버틸 수 있게 해주었던 저축이.. 거의 다 허물어졌으니.. 기댈 언덕이 없는 것이죠. 
그런데요.. 의외로 또 기댈 언덕이 있습니다. 바로 대출이죠. 대출은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땡겨오는 마법입니다. 미래 돈을 벌어서 집을 사는 게 아니라.. 미래에 벌 소득을 담보로 해서 지금 돈을 잔뜩 끌어온 다음 지금 집을 사버리는 거죠. 모기지 대출도 해당되고… 개인 신용 대출… 그리고 각종 카드론 등도 여기에 해당될 겁니다. 미국 개인들의 신용 대출 혹은 카드론 등이 큰 폭으로 치솟았구요.. 이런 개인 대출의 연체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죠. 쌓아둔 저축을 허물면서 버티고.. 미래의 소득을 땡겨와서 버티고.. 했는데.. 그렇게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소비를 지탱해주는 것은 수요 말고도 저축과 대출이 있는데, 저축은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고 대출까지도(신용대출, 카드론 등) 큰 폭으로 치솟는것을 보면 소비여력에 한계가 도달했다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요.. 그리 호락호락하게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자산 시장이 탄탄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죠. 주택 가격이 반등하고… 주식 시장이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의 자신감은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이에 소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죠. 가치가 상승한 자산들을 수시로 현금화하면서 버틸 수 있기에.. 그리고 꽤 많은 자산 가격의 상승이 있었기에… 소비를 이어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런 생각이 가능하죠. 주식으로 벌었다고 바로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 맞죠. 항상 소득이 아니쟎아요.. 그런데요.. 이렇게 되면 가능합니다. 주가가 영원히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면… 테슬라나 애플을 사두고.. 영원히 주가가 오를 것이기에 그대로 놓아두면.. 일회성 이익이 아니라 영원한.. 항상성 있는 소득이 되는 것 아닐까요? 항상성 있는 소득이 계속해서 들어온다면 사람들은 소비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자산 가격이 강한 흐름을 보이는 지금… 소비를 자극하게 되면… 고물가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소비를 이어갈 수 있겠죠. 
그리고 실제 항상 소득 얘기가 나와야 합니다. 미국의 고용 시장이 여전히 탄탄하죠. 그리고 여전히 임금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임금 상승률이 다소 낮춰졌다고는 하지만 이미 올라온 임금이 상당하죠. 일자리가 넘친다고 하면… 그리고 임금이 올랐다고 하면 사람들은 꾸준히 월급을 받기 쉬워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럼 자산 가격의 상승과 맞물려있다면… 소비를 이어갈 수 있겠죠. 그럼 고금리와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미국 경제가 탄탄하게 버티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소비침체를 예상하려면 단순히 국민의 저축과 대출 현황가지고 판단할수는 없는게, 국민들이 보유한 자산의 자산시장, 고용시장의 흐름도 함께 봐 줘야 한다.

자산시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어느정도 탄탄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고, 주택가격또한 반등했으며 고용시장 또한 안정적이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소비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부채는 미래의 소득을 땡겨오는 마법이라고 했었죠. 그런데요.. 금리가 너무 높으면 미래의 소득을 땡겨오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빚을 내는 게 후달리는 거죠. 그런데요.. 미국은 그래왔던 것 같습니다. 미래의 소득 땡겨오기가 안되면… 다른 나라의 먹거리를 땡겨오곤 했었죠. 80년대 일본에 대해 양털깎이를 했던 것처럼요… IRA와 같은 것들… 미국으로 일자리를 가져오세요~라고 하는 것도 일종의 그런 비슷한 케이스 아닐까요? 그럼 미국으로 설비 투자가 집중될 수 있습니다. 그럼 설비투자의 집중과 함께 대출 수요 등이 늘어나게 되죠. 그리고 공장 설비가 추가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게 됩니다. 과거보다 실업률이 탄탄하게 잘 버티는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죠. 그래서.. 최근에 미국의 중립 금리.. 그 자체가 올라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물론 미국이 다른 나라의 성장을 가져오게 되면 미국의 성장은 탄탄해지지만 그 성장을 빼앗긴 다른 국가들은 힘겨워질 수 있겠죠. 그럼 다른 국가들의 잠재성장률은 하락하게 되고… 그런 국가들의 중립 금리는 낮아지게 될 겁니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는 미국만이 아닌 전세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 아닐까요? 그럼 미국의 높아진 중립 금리가… 시장 금리를 밀어올리게 되는데.. 미국 경제 자체는 성장이 강해졌기에 잘 버티지만… 더욱 허약해진 다른 국가들은 힘겨워지지 않을까요? 그럼 미국만 좋은 것인가… 다른 국가들이 흔들리는 역풍이 미국 경제에 과연 좋을까요? 그리고 과열된 경기를 잡기 위해 높은 금리를 오랜 기간 유지하고… 높은 물가가 꽤 오랜 기간 이어지면… 그게 과연 미국 경제에 좋은 일일까요.. 


오.. 미국은 미래소득을 땡겨와야 하는 상황에 금리가 높다면 이 또한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IRA와 같이 다른나라의 먹거리를 땡겨오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것이 가능하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튼 종합적으로 위와 같은 상황이 어느정도 고착화 되어가는 모습이 중립금리 상승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들 한다.

근데 문제는 미국의 중립금리 상승은 결국 전 세계적인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낮은 금리로 성장을 도모 해 오던 국가들에게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자.. 전체적인 화두를 몇 가지 던져봤습니다. 미국 경제가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는 이유… 펀더멘탈 자체가 강해졌다.. 라는 얘기가 바로 IRA등으로 다른 국가의 성장을 가져왔다는 얘기가 되겠죠. 초과저축이 남아있다… 가계 부채를 늘리면서 버틴다… 그리고 자산 가격이 올랐다… 고용 시장이 탄탄해서 항상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이 합쳐진다면…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잘 버티는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겠죠. 
그런데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런 기대도 존재하겠죠. 지금 당장은 높은 금리이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금리가 내려올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금리가 내려오게 되면 자산 가격은 엄청나게 오르게 된다면… 이런 느낌일 겁니다. 사우나에서 70도를 견디기 힘든 사람이 있는데요… 높은 온도에서 5분을 견디면 1000만원의 상금을 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버티는 거죠. 미칠 것 같이.. 쓰러질 것처럼 힘들어도요… 왜냐구요? 지금의 높은 온도는 일시적인 거쟎아요.. 그리고 이거 견뎌내고 머지 않은 미래에 사우나를 나가게 되면… 1000만원의 상금도 기다리는 겁니다. 그럼 그 사람의 체질이 강하지 않더라도… 머지 않은 미래에 이 고단한 사우나는 끝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버텨내는 겁니다. 
금리가 지금은 높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낮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자신감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렇게 금리가 많이 낮아지면 자산 시장이 크게 뛰면서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이 악물고 버티지 않을까요? 어쩌면 IRA등으로 인해 미국 경제의 체질 자체가 강해진 것이 아닌데… 높은 사우나 온도를 견딜 정도로 사람이 강해진 것이 아닌데.. 조만간 이 고통이 끝날 것이라는 자신감에 버티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험하는 사람은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죠. 와.. 저 친구 꽤 높은 온도인데 잘 견디네.. 옛날보다 몸이 훨씬 강해졌나봐~ 그럼 90도로 올려볼까.. 라는 실수를요.. 사실 그 사람은 70도도 정말 견디기 어려운데…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 거죠. 미래에 대한 낙관에 기반해서… 어쩌면 중립금리가 올라갈 정도로 성장이 강한 것이 아닌데…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해서 잘 버티는 것을… 성장이 강한 것으로 오인을 한다면… 지금의 금리 인상이.. 혹은 만약에 나올 수 있는 추가 금리 인상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겠죠. 
물론… 그 자체가 충격이 되려면… 한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할 겁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빠르고 강한 금리 인하… 시장이 기대했던 그 선물이 꽤 오랜 기간 오지 않을 것이라는 실망감을 느껴야지.. 반응하게 될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이렇게 견뎌왔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온버~~라고 하면서 버틸 수 있죠. 


만약 실제로 IRA 등으로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 자체가 강해졌다면 상황이 허락하는 한 굳이 높은금리를 이어갈 이유가 없으므로 언젠가는 금리가 하락할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된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서 다른 나라들은 힘든 와중에도 버텨내고자 하는데, 1)이게 얼마나 갈 지, 2)실제로 금리가 내려오는지 에 대한 가시성이 없는 상황에서 낙관적인 전망으로만 힘든 상황을 버티게 되는 것이다.


근데 그와중에 현재 버티고 있는 그 힘이 실질적으로 펀더멘탈이 강해진게 아니라 "버티면 된다" 는 기대감만으로 지탱되고 있는거라면? 70밖에 버티지 못할 사람이 힘들어 죽겠는데 어? 괜찮은갑네? 하면서 90까지 고통을 주면 당연히 나가 떨어질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실질적으로 미국의 펀더멘탈이 강해졌냐" 인데, 이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걸까?


아무튼.. 추후 있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버티고 있는것이 현 상황이라면, "실망감을 주는 액션"이 나와버리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금리 동결보다 금리 인하를 하는 시점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 직후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 시점이 시장이 갖고있는 기대감을 실체로서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네.. 높아진 금리에도 어떻게 이렇게 잘 견딜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한 담론들을 하나 하나 적어봤습니다. 초과 저축이 소진되어도… 혹은 가계 부채가 한계에 달해도…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믿음… 자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 그리고 양호한 고용 상태.. 이런 게 유지된다면 이 악물고 버티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반대도 가능하겠죠.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배신을 당한다면?? 네.. 그래서 인플레 고착화와.. 고금리 장기화가 하나의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는 거겠죠. 
이제 미국 경제는 고금리 정도에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가졌다는 판단은 아직은 섣부른 듯 합니다. 미래에 대한 브라이트한 확신… 좋은 일만 가득할 것이라는 믿음.. 이게 유지되는지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겁니다.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기대감"이 언제까지 유지되는지가 핵심인데.. 이건 정말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렵다.


출처: 오건영 부부장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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