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조차도 바뀌기도 한다
1. 여행과 사람
여행을 대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다.
심지어는, 과거의 나조차도 지금의 나와 여행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대하는 자세를 [계획형], [즉흥형] 으로 나누곤 하는데, 그 중 나는 어디에 속할지 생각 해 보면, 중간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속하지 않을까 싶은데, 보통 그 여행지에서 필수적으로 먹어야 할 것, 구경해야 할 것, 체험해야 할 것 등을 리스트업 하고, 동선을 적당히 짜는 식으로 계획을 짜는 편이다.
완벽하게 계획을 짜지 않는 이유는, 아무리 계획을 짜도 실제로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 계획했던 것 말고 다른 걸 하고싶어 진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실제로 그랬던 적도 많다). 마치 오사카에 도착한 첫날 밤, 도톤보리 시내를 걷다가 야키니쿠집에 들어가 하이볼 한 잔을 마시며 고기 한 점을 먹었을 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다음날 저녁에 먹기로 한 오코노미야키를 스킵하고 다시 그 야키니쿠집을 찾아가게 되는 것 처럼 말이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여행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는 것을 최근 여행에서 깨달았다. 과거의 나는 생각보다 계획적이었고, 치밀했고, 준비성이 뛰어났다. 여행지나 기간과 관계 없이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계획적이었던 과거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이 비교되는걸 체감한 것은 최근 여행에서 교통편을 준비 할 때 였다. 과거에는 미리 개찰구 위치, 매표소 사진까지 찾아가며 머리속에 교통편 이동의 청사진을 다 그려놓고 준비 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말 그대로 "아무 생각 없이" 미리 준비하지 않아 교통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한참을 헤매던 모습을 보고, 과거에 여행하던 스스로의 모습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과거에도 꽤나 자유로운 여행 스타일을 추구했으나, 지금보다 자유롭진 않았던 것 같다. 1달 정도 여행을 갔을 때에는 몇일차에 어떤 장소를 구경할지, 몇일차에 어떤 도시로 이동할지 등을 전부 계획 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걸 정말 하나도 계획하지 않았다. 그냥 가서 꼭 먹어봐야 하는 맛있는 음식들, 구경할 장소들, 들러야 할 도시를 리스트업 하고 1일차부터 즉흥적으로, 순서를 정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근데 정말 신기한 것은, 못 먹은 음식도 있고 못 가 본 장소도 있지만, 정말 자유롭고 재밌게 놀았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지만, 점차 이 생각조차 바뀌어간다. 이번 여행에서 특히 과거의 내가 여행을 대하던 자세와 지금의 내가 여행을 대하는 자세가 다른 모습을 보고, 사람은 일관될 수 없고 변한다는걸 느꼈다. 비단 여행 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