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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심메뉴고민 Aug 19. 2022

관리의 깊이가 기업의 수준을 결정한다

퉁을 치다..?

 결국 돈 관리든, 사업이든, 연구든, 인간이 하는 일은 '측정'하고 '개선'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다니는 회사의 CPO님께서 공유 해 주신 글이 있는데, 핵심이 무엇인고 하니,


 회사를 운영하든, 실험하고 분석해서 데이터를 다루는 학자가 논문을 쓰든, 어떤 지점에서는 분명 퉁을 치는 시점이 온다. 이게 뭔 말이냐면, 결국 측정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어느정도 타협을 하고 결론을 내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뜻이다. (또는 더 이상의 측정이 큰 의미가 없을 때 스탑할 줄 알아야 하기도 한다)


 결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CPO님께서 쓰신 글은 회사의 손익계산이나 제조업 분야의 재고관리 등을 비유로 드셨지만 나는 이걸 사람들이 돈을 관리하는 부분에도 비유할 수 있다고 본다. 돈 관리를 잘 하는 사람들은 보통 어떤 형태로든 가계부를 쓰는데, 가계부를 쓴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어떤 인터벌로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지를 '측정'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측정'을 통해 본인의 소비 규모와 성향을 파악하고, 어떤 부분을 고쳐야 본인의 재정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알게 된다. 그리고 분명 사람마다 가계부를 쓰는 '수준'이 다를 것이다. 이 예시에서 내가 말하는 '수준'은 '카테고리 분화의 깊이'이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사람은 단순히 식비를 '식대'라는 카테고리로 정해서, 먹는 것이라면 뭐든지 '식대' 카테고리에 넣어놓고 가계부를 쓴다. 반면 B라는 사람은 단순히 '식대'라는 카테고리가 아닌, '점심 식대', '가족 외식비', '친구 외식비', '배달 음식비' 와 같이 세부적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가계부를 쓴다.


 A와 B는 월 평균 30만원의 식비를 사용한다. 가계부를 들춰본다. 2022년 1월에 A는 45만원, B는 50만원의 식비를 사용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A와 B 모두 친구 외식비로만 20만원 가까이 썼다. 이번달에 기분이 좋아서 좀 많이 쐈나보다.

 둘 다 와이프한테 엄청 구박을 받는다. 뭔 밥을 그렇게 먹었길래 45, 50씩 썼냐고. A씨는 변명 거리가 없다. 그냥 '식비'로만 45만원이 나왔는데 '아 미안, 이번달에 내가 배가 좀 고팠나봐..'라며 핑계를 댈 수는 없지 않은가.

반면 B씨는 변명 거리가 있다. "아 여보 이번달에 나 승진 하기도 했고, 결혼한 친구도 있고 경사가 좀 많은 달이었어서.. 내가 맛있는 밥 몇 번 사다보니 이렇게 됐네, 다음달에는 약속 최대한 안 잡고 돈 아낄게 미안해. 여보 사랑해", 와이프는 납득한다.


 위 예시를 보고 그냥 웃길수도 있겠지만, 서두에 한 말을 이해한 사람이라면 이 예시를 보고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세부적으로 측정(관리의 깊이)' 하지 않으면, (기업의 수준)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확한 예산 수립과 비용 책정을 통한 '소비의 관리'와 '사후 정산'은 다르다. 그럼 첫 번째 핵심을 지나 두 번째 핵심으로 들어가 보자. "개선을 하기 위해 측정을 하는건 맞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까지 측정 하는게 좋을까?" 라는 물음에 도달한다. 내 생각에 이건 정답은 없고,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근데 그 '정도'라는게 과업 완성도의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는게 두 번째 핵심이다. 모든걸 완벽하게 측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분명 가계부를 쓸 때 '카테고리'를 어느정도까지 세분화 할지 선택하니까. 사람마다 성격이 달라서 쓰는 스타일이 다를 순 있어도, 결국 확실한건 '어느 정도까지 측정 했는지가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감추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객이 전도되지 않는 한 측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분명 측정에 한계가 오는 환경에 도달한다. 제조업 기업이 재료비나 재고관리비용, 인건비와 야근수당 등 고정비와 변동비에 대해 100% 예측하고 산정해서 관리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분명 어느 순간에는 측정을 하는 데 있어 퉁 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퉁 치는게 나쁜건 아니다. 측정 하느라 정작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본업을 놓쳐선 안되니까.


 핵심은 '퉁 치는 지점'이 어디인가 이다. '좋은 회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뭐 분명 직원 만족도, 손익 규모, 산업군 이런 부분들까지 생각하게 되는 굉장히 광범위한 물음이겠지만, '관리'와 '방향 설정' 측면에서의 좋은 기업은 분명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측정하고 있는 기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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