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여백 05화

씨앗은 모른다

씨앗의 용기

by 산뜻

<씨앗은 모른다>


흙 속에 파묻혀 단단한 겉을

내내 포근포근한 흙 입자에

온 데를 둘러싸인 채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다


평생을 흙 이불 덮고서

언제 연둣빛 새싹을 피워낼지도 모르고

어디까지 줄기를 뻗칠지도 모르고

어떤 모양의 열매와 잎이 될지도


씨앗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바람도, 햇빛도, 공기 중에도

씨앗에게 속삭이듯


씨앗아,

너는 정말로 큰 나무가 될 거야


그렇게 씨앗은 응원을 먹고

자신이 나무인 줄 이제야 알고


포근포근

흙 이불을

빼꼼 걷어내고서


용기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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