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뜬 봉사

몸은 편해졌는데 마음은 그대로

by 루시아



아이들과 외출했다가 집으로 들어가기 전, 근처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에 들렀다. 사전 예약이 필요한 곳이라 예약자 이름을 말했는데, 담당자가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슬쩍 들여다보니 내 이름이 10번에 적혀 있었다. “10번에 있어요.”라고 말하자 그분은 잠시 민망해하며 “아휴, 눈 뜬 봉사네.”라고 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남들은 별생각 없이 흘려버렸을 말인데, 나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어떤 의미로 말했는지 알겠지만, 눈 뜬 봉사와 함께 서 있는 내겐 분명 불편한 말이었다. 누군가를 낮추는 농담이 이렇게나 쉽게, 훅 들어오다니. 내 옆에서 아이 손을 잡고 서 있는 나의 ‘눈 뜬 봉사’는 이 말을 들었을까. 힐긋 그를 쳐다보니 별생각 없는 표정이다.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본다. 불편하기도 하지만 부끄러운 말이었다. 나도 분명 어딘가에서 그랬을 테니 말이다. 나 역시 그냥 하는 말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을 하며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분명 그랬을 것이다.


입장 시간이 되어 아이들은 관람실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아이들을 따라다니려니, 이럴 때는 눈 뜬 봉사가 옆에 있는 것이 참 불편하다. 날 불편하게 하는 눈 뜬 봉사를 벤치에 앉혀 두고, 나를 불편하게 했던 ‘눈 뜬 봉사’라는 말을 곰곰이 곱씹는다. 몸은 편해졌지만 여전히 불편한 마음을 글로 써 본다. 이렇게 프로 불편러가 되는 내가, 나도 참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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