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니, 유튜브에 나가게 되었다

남편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데려간 뜻밖의 행선지

by 루시아


내 남편은 시각장애인이다.
남편을 만나고 나는 참 많은 것을 해보게 됐다.
종교가 생겼다. 남편과 종교를 통해 맺어졌지만, 이제는 그것이 없어도 서로의 인생을 응원하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방해물들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됐고, 그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해 보기도 했다. 아이를 낳고 엄마로서의 삶을 살게 됐고, 그 안에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다.


무엇보다 ‘뭘 쓰지?’ 하고 고민할 때마다 어이없거나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들로 내 글감 서랍을 채워준 사람은 남편이었다. 덕분에 나는 계속 글을 썼다. 그렇게 쓴 글들로 책을 내기도 했고,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같은 세례명을 가진 아이의 대모가 되기도 했고, 인터뷰를 몇 번 진행하기도 했다. 남편으로 시작된 이야기였지만, 내가 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이었다.


그리고 그 글로 또 다른 경험을 했다.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식개선 예능 유튜브 ‘알티비’에 출연한 것이다. 내 브런치 글을 읽던 간사님이 피디에게 나를 ‘아는 친구’로 추천해 주셨다고 들었다. 글 덕분에 유튜브에 출연하는 경험까지 하게 됐다.


촬영은 한 시간 남짓 진행됐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영상에는 담기지 못한 이야기가 더 많아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이미 내 글 속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화면에 비친 내 얼굴과 목소리는 여전히 어색했지만, 이 경험 자체로 충분했다.


내 글이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또 부지런히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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