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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풀 Feb 05. 2023

대기업의 장점과 단점을 탐구하다

퇴사하는 것이 맞을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절차

대기업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만큼의 단점도 있다. 내가 느끼는 대기업의 단점이 장점보다 커질 때, 그 순간에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퇴사를 실천으로 옮기기에 앞서, 지극히 나의 관점에서 대기업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 보고 우선순위를 매겨보았다. 


나는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지던 시점이라 퇴사를 실천했지만, 동일한 항목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퇴사 사유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현재 회사에서의 장점과 단점을 꼭 한 번 나열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내가 진짜 퇴사를 하는 게 맞을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대기업의 장점



한국의 대기업들은 주로 특정 분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만큼 굉장히 체계적인 편이다. 여러 세월을 거치며 누적되어 온 각종 복지혜택도 있고, 특히 대기업일수록 정부의 지침을 준수하기에 행여 이슈가 될 법한 것들(출산/육아휴직 후 복직, 성희롱과 폭언, 주 52시간 등)을 알아서 관리한다. 그래서 근로자로서 누릴 수 있는 제도들도 많은 편이다. 또한 워낙 규모가 크고 다양한 직무가 존재하기에 여러 경험을 통해 내가 원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 이름을 들으면 다들 아는 기업이기에 주변에 이야기하기 좋다든가 회사 이름이 주는 신용 덕에 대출이 잘 나온다든가 등의 이점도 있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았다.


[ 대기업의 (내가 생각하는) 장점 ]

업무가 체계적이다 : 세계 N위 기업이 이렇게 얼렁뚱땅 일한다고? 싶지만, 그래도 진짜 체계적인 것이다. 다른 회사를 가보면 알게 된다.


급여가 높은 편이다 : 22년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5,356만 원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은 2,881만 원으로 대기업의 54% 수준이라고 한다.


오랜 기간 쌓여온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 특히 복리후생이나 급여는 축소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므로 누적된 복리후생이 꽤나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작게나마 확대되는 경향성이 있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한다 : 주 52시간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 폭언/폭력/성희롱을 신고할 수 있는 창구(실제 운영이 안되는 곳도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다니던 곳은 그래도 대응이 Best라고는 할 수 없어도 나쁘지는 않았다. 특히 대기업은 인사팀이 존재하고 나름 파워가 있는 편이라 근로기준법 준수에 있어 조금 더 엄격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직무를 체험할 수 있다 : 영업도 직접영업, 영업관리, 해외영업, 국내영업이 있고 그 안에서도 경로에 따라 온라인, 오프라인 등 다양한 직무가 나뉜다. 마케팅도 온라인 마케팅, TV 마케팅, 혹은 제품 단위로의 마케팅 담당, 유통 단위의 마케팅 담당 등 다양하게 나뉜다. 그 외에도 인사팀, 재무팀 등 직무가 무궁무진하고 사업부를 옮기는 등의 방식도 가능하다.


대출이 잘 나온다 : 내가 재직하는 회사의 신용을 보고 신용대출을 너그럽게 해준다. 회사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그리고 내가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 대출을 갚을 수 있다는 확신에 은행이 많은 돈을 낮은 금리로 빌려준다. 특정 회사와 연계된 특판상품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점이 있기에 어찌 보면 대기업을 퇴사할 때에는 크나큰 결심이 필요하다.

특히 3년 정도 다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적응한다. 


1년 차 때에는 울컥하며 퇴사를 고민하게 하던 요소들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 다 이런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혹은 어차피 내가 적응할 것을 알기에 잠시 분노를 표출한 뒤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자 한다. 또한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어서 일의 양, 시간 등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워라밸 조정도 가능해져서 다양한 여가생활을 누리며 '굳이 퇴사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점차 강해진다. 





그런데 왜 대기업을 퇴사할까? - 내가 생각하는 대기업의 단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기업 직장인들이 퇴사하게 되는 이유는 주로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의 이유는 주로 다음과 같다.


[ 한국 대기업을 퇴사하는 이유 ]

내가 원하는 직무를 할 수 없다

직무가 다양하다고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아리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할 수는 없을텐데 회사는 더더욱 그렇다. 일손이 빈 곳을 채우는 것이 먼저이기에 일손이 필요한 직무에 먼저 배치될 수밖에 없다. 또한 나에게 이동 기회가 오더라도 상사가 놓아주지 않아 이동할 수 없기도 한다.


엄격한 체계 속, 하나의 부품이 된 느낌이 든다

체계적이고 누적된 데이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이 가지는 개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은 탑다운이다, 나의 의견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배경을 모른 채 진행해야 하는 일이 많다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탑다운 방식의 소통이 더욱 많이 자리잡고 있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가 의견을 제시한다고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결정을 늦출 뿐이라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굳어간다.


상사, 선배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아무리 좋은 선배, 상사이더라도 나의 어려움이나 속마음을 100% 말할 수는 없었다. 절대로 SNS혹여 소문이 돌까, 동기들에게도 숨기는 내용들이 있었다.


부서마다 워라밸의 차이가 크다. 특히 나는 야근 많은데, 같은 월급 받는 옆부서는 칼퇴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
이 부분도 꽤나 힘든 부분이다. 다양한 직무와 부서가 존재하는 만큼 업무 강도도 차이가 크다. 그리고 넓은 사무실에서 나는 매일 NPC처럼 야근을 하며 52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다른 부서에 배치받은 동기는 주 40시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박탈감이 든다. 심지어 그 사람과 나의 월급이 같다. 혹은 도리어 고과를 잘 받아 나보다 높기도 하다.
이 부분은 본부/사업부에 따라 성과급이 결정된다면 더욱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분명 나도 힘들었는데 본부 실적이 좋지 않아 남들의 절반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게되면 '그만둘까?'싶은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나의 상사, 동료가 함께 일하기 힘들다
대기업만의 단점은 아니지만 사람이 힘든 것은 늘 힘든 일이다.


회사의 결정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너무나도 좋은 부서장이 좌천되는 것을 목격한다, 너무나도 나쁜 부서장이 줄을 잘 타서 승진하는 것을 목격한다, 옆 자리의 선배가 나의 미래라는 사실이 암담하다, 나의 성과와 무관한 평가 결과를 받는다, 성과급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등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기 가장 좋은 사례들이다. 아마 많은 MZ세대(이런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 별 수 없이)들이 퇴사를 택하는 이유 중에 많은 부분이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간적으로 좋고 후배를 잘 챙겨주는 선배나 부서장이 도리어 그들의 상사로부터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모습을 보면 '이 회사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지?'라는 생각과 함께 재직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정말 정말 일이 많은 부서에서 지속적으로 열일하다가 번아웃이 오거나 건강이 악화되었다

대기업만의 단점은 아닐 것이다. 




쭉 적고 보니- 나는 주로 '소통의 부재'와 '업무 자율성의 박탈'로 대기업을 퇴사한 주요 이유인 듯 하다. 좋은 부서장님의 좌천은 신입사원 시절에 목격했는데- 그 때에도 '이 회사에서 승승장구 하는 것이 긍정적인 의미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잠시 고민이 생겼었다. 


원활한 소통, 업무 자율성의 보장 등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임은 분명 하나, 사람에 따라 행복의 편차가 큰 편이다. 소통, 자율성 등에 크게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도 있고 어느 정도 가치를 두더라도 그보다는 안정성이나 급여 등의 이슈가 더 중요한 사람도 있다. 또한 만약 임신 중인 여성이라면 향후 자신의 육아 등을 고려했을 때 대기업 퇴사를 쉽사리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서술된 항목에 공감하더라도 모두가 나처럼 퇴사를 택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대기업 퇴사를 고려할 때, 꼭 해봐야 하는 질문들



대기업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더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면 퇴사를 고려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단점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퇴사를 실행하게 된다.


안전지향, ISFJ 중에서도 극 J인 나는 퇴사를 고민할 때 아래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았다.


[ 안전지향형의 퇴사결심 로직 ]

대기업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보다 단점이, 견딜 수 없을만큼 더 크게 느껴지는가?

현재 내가 생각하는 나의 퇴사사유가 '퇴사'가 유일한 해결 법일까?

만약 그렇다면 언제 퇴사할 것인가? 조금 더 버티며 이직 후 퇴사 vs 우선 퇴사?

이직처를 구하기 전에 퇴사한다면 내가 모아둔 돈으로 얼마나 무직이어도 되는가?

어떤 회사를 다니고 싶은가? 각 시기별 지원하는 회사 종류와 구체적인 플랜들

모아둔 돈이 다 떨어졌는데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면 대안이 있는가?




많은 고민 끝에 나는 결국 정년까지 다닐 것 같았던 대기업을 퇴사했다. 퇴사 후 9개월정도 흘렀는데 아직까지 후회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마 머리 속으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택한 퇴사였고 신중히 고른 회사에 즐겁게 다니고 있어일 듯 하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분들이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면, 진행하기 전에는 꼭 위의 질문들을 여러 번 자문하고 확고할 때 진행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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