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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풀 Feb 15. 2023

대기업 퇴사 후, 어떤 회사를 다녀야 할까?

이직을 준비할 때 알아두니 좋았던 것들

출처 : 짤의 성지, 인스타그램 @25_jw


와! 백수다!


퇴사로만 해결되는 이유라서 퇴사를 했다. 보통은 이직할 회사가 결정된 뒤에 퇴사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이직처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사직서를 냈다. 약 8개월 가량의 휴직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당시에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는지라 온전히 휴식을 취하지는 못 했었다. 그래서 아무런 일(work)이 없는 시간이 오랜만에 주어진 방학마냥 즐거웠다.



그러나 내 성향이 별 수 없는 회사원인지- 퇴사를 이야기한 그 순간부터 머리 속으로는 '다음 회사는 어디를 가야하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면서 나만의 기준을 세워두었던 것이 이직할 회사를 고를 때 무척이나 유용했기에, 아주 개인적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직할 회사를 고르는 기준을 공유해보려 한다 :)



1. 가장 먼저 고려했던 것 : 나의 퇴사 사유


사실 이 글은 지난 글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난 글 : 이런 이유라면 퇴사하지 마세요)

퇴사를 결심하게 된 사유가 회사의 비전에 대한 실망감이라면 새로운 회사를 고를 때에는 그 회사의 비전을 1순위로 고려해야 한다. 퇴사를 결심한 사유가 회사의 비전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비전은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지만 연봉을 조금 높게 준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회사에 이직을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백프로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번 퇴사를 진행해보면 퇴사에 대한 허들이 낮아지게 되므로 두 번째 회사에서는 조금 더 쉽게 퇴사를 결심할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회사에서 다양한 부정적 상황을 감내하며 긴 시간 재직한 것이 놀랍게 느껴질만큼, 조금만 아니다 싶으면 더욱 빠르게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퇴사 사유를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로 이직한다면 퇴사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본다.

(물론 두 배의 연봉을 준다는 등, 내가 회사를 결정할 때 1순위로 고려했던 '회사 비전'의 순위를 2순위로 낮추고 '연봉'을 1순위로 높일만큼의 혹하는 제안이라면... 조금 다르긴 하다.)


역시 없는 것이 없는 무한도전... 명수형의 뼈 때리는 어록 (출처 : 무한도전)




이를 위해 나의 퇴사 원인을 돌이켜보며 퇴사에 크게 영향력을 미친 순서대로 나열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향후 이직할 때 고려해야 할 우선순위에 따라 재배열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순위를 나열할 때에는 '이것이 안 갖추어진 곳은 지원하지 않는다!'를 상상하며 그려보았다.


내 나름 작성해봤던 이직시 고려해야 하는 우선순위


희망직무는 내가 명확하게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에 이것을 1순위로 둠으로써 내가 보아야 하는 채용공고는 명확해졌다. 물론 가급적 세 가지가 모두 갖추어진 곳을 중심으로 원서를 지원했지만- 각 회사별로도 비전 공감성, 업무 자율성 등의 수준이 조금 달랐기에 우선순위가 있는 편이 향후 동시합격을 대비하기에도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비전과 업무 자율성은 잡플래닛과 블라인드를 통해 추정한 뒤 면접을 통해 한 번 더 검증하는 정도가 최선이기에 어찌보면 조금 부정확한 기준일 수 있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우선순위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유용했고 향후 내가 면접에서 '왜 퇴사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방어하기에도 유용했다. 뿐만 아니라 역질문(면접자로서 면접관들에게 질문)할 때에도 유용했다. 업무 자율성이 얼마나 보장되는지, 최근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해결이 필요한 문제 상황이 무엇인지 등을 질문해 간접적으로나마 이 부분을 확인하고자 했다.




2. 그 다음에 고려한 것 : 연봉, 위치, 재택근무, 기업규모


2-1. 희망연봉 정하기

직장을 통해 자아실현을 꿈꾸는 1인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니는 곳이 회사이므로 연봉은 빠질 수 없는 조건이었다.


나는 연봉 인상을 희망하고 퇴사한 것이 아니었고 연봉은 이직회사 결정의 마지막 순위에 가까웠기에 '희망 연봉'을 선정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우선 기본적으로 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보다는 높게 잡았다. 전 직장은 대기업 중에서도 성과급 비중이 높은 회사에 속하기에 실제 계약연봉은 대기업 평균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원천징수영수증으로 월급과 야근수당, 성과급 및 각종 복리후생 금액이 합쳐진 금액을 보면 연봉계약서에 사인한 금액보다 1.6~1.8배정도 높게 찍힐 때도 있었다. 그렇기에 계약서 기준의 연봉보다는 높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무조건 내가 받던 원천징수 금액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해야 하는가? 내가 그 정도의 역량을 가진 사람이 맞을까? 행여 희망연봉이 터무니 없이 높아서 취업이 안되면 어떻게 하지? 등등의 고민과 함께 고민의 수렁으로 빠졌다. 대기업에서는 말이 연봉 면담이지- 고과와 재직년수, 직급 등에 따라 임금 인상과 관련된 틀이 있기에 사실상 '연봉 통보'에 가깝다. 그렇기에 나는 연봉협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받는 월급의 액수에 의문을 품어본 적도 없다. 

그래서 도리어 헤드헌터를 이용했고 대략적인 희망 연봉을 정했다. ("희망연봉 산정하는 법"은 별개의 글로 풀어볼 예정)



2-2. 근무지 마지노선 정하기 (feat. 재택근무)

지방 출신으로서 직주근접은 나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였다. 서울이나 경기권에 사는 친구들은 1~2시간의 통학거리를 감수하며 학교를 등교했지만, 지방에서 상경한 나는 무조건 '학교 가까운 곳이 최고!'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퇴근 거리가 짧을 때 나의 회사생활 만족도는 높아졌다. 동일한 2호선이고 자취방에서 1분 거리에 역이 있었음에도 9정거장을 멀게 느꼈으니.. 아무리 회사는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였다고 해도, 서울 친구들이 들으면 기함할 소리이긴 하다. 하여튼 나는 직주근접이 너무나도 중요한, 그런 취향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위치가 너무너무너무너무X1000 중요했다. 직관적으로는 연봉보다 중요했다. (물론 실제로는 근무지와 연봉을 저울질하긴 했겠지만)


결혼 후 주거지가 정해졌기에 마지노선 위치를 확실하게 정했다. 이 부분은 도리어 나의 취향이 확고해서인지, 연봉보다 쉽고 명쾌했다. 강북권 제외 


알고보니 서태웅 타입이었네 나... (←방향으로 보셔야 해요. 출처 : 슬램덩크)



근무지 선정과 관련해서 또 하나의 고려사항이 있었는데 바로 '재택근무'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유일한(?) 장점은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테스트해보게 되었고, 일부 회사는 아예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었다는 점이다. 나도 대기업을 다니며 재택근무를 경험했었는데 집순이 + 예쁘게 꾸며놓은 집 + 보부상체질인 나에게는 재택이 너무나도 황홀한 경험이었다. 편한 옷, 편한 얼굴, 편한 머리로! 침대에서 일어나자 마자 출근을 할 수 있고 퇴근하면 침대에 누울 수 있다니! 직주근접의 끝판왕이었다. 재택근무를 주 2~3회 진행하는 회사라면 강북권도 괜찮지 않을까?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집 근처에서 강북으로 빠르게 가는 빨간버스가 있기도 했다. 알고보니 출근시간에는 빈 자리가 없어서 타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는 했지만..) 또한 전면으로 재택근무를 진행하는 회사라면 내가 적어낸 희망 연봉보다 조금 낮게 제시하더라도, 계약 연봉보다는 높고 그 외의 조건들도 괜찮다면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2-3. 복리후생은 크게 고려하지 않음

복리후생 또한 나의 퇴사 사유가 아니었기에 크게 고려하지는 않았다. 다만 리프레시 휴가 등이 있으면 좋고? 정도였다. 꼭 있어야 하는 복리후생을 별도로 리스트업 하지도 않았다. 나에게는 재택근무와 직주근접이 복지였다.




3. 이를 고려해 이직할 회사를 등급화 할 수 있는 표 제작


위에 나열한 항목들로 우선순위 표를 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 왜 '좋을 것 같다'냐면, 실제로 내가 이직을 준비할 때에는 필요하지 않았는데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서..


아래는 내가 예시로 만들어 본 표이다.



조금 더 제대로 한다면 각 항목별로 척도(1~5점 등)를 두고, 어떠한 비중으로 넣을 것인지를 조절해서 점수화할 듯 하다. 그러나 아래의 표만 있더라도 채용공고를 보거나 헤드헌터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 훨씬 명확할 것이므로 한 번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기왕 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혹은 퇴사를 이미 했다면! 적어도 자신이 퇴사했던 이유가 해소될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추천한다. 막상 다녀보니 해당 부분을 충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게 여겨져서, 혹은 더 큰 '퇴사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겨서 다시 퇴사를 하게될 수도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결국에는 직접 부딪혀보면서 '나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를 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명확한 판단을 내리려면 하나씩 소거법으로 지워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전 직장의 퇴사 사유가 진짜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퇴사 이유를 나열해보고, 우선순위를 매겨서 해당 항목들을 충족하는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포를 하자면! 우선순위를 잘 세워둔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직한 회사에서 만족스럽게 잘 다니고 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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